에세이

강원도민일보 칼럼 - 멀티미디어 시대와 노벨문학상

샤론의 꽃 2017. 10. 19. 19:43

 

멀티미디어 시대와 노벨문학상

 

1990년대 중반 미국의 첨단 멀티미디어 기술과 우수한 인력, 장비들을 활용한 영상산업을 관찰하고 이를 국내 비즈니스와 연계시키기 위해 수차례 뉴욕을 다녀온 적이 있었다.

 

그 때만 해도 국내의 멀티미디어 산업 기반은 초기단계에 머물러 있었고 정부나 기업들의 관심과 투자도 미미한 수준이었다. 반면에 미국은 정보화 사회를 선도할 첨단 컴퓨터 테크놀러지에 천문학적인 자본과 인적 자원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으며 뉴욕은 이미 멀티미디어 영상산업의 메카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내가 근무했던 회사는 초창기에는 기업 PR용 CD-ROM을 제작했으나 그 후 자사 개발의 첫 번째 멀티미디어 프로젝트로 한국어를 세계시장에 홍보하고 교육하기 위한 CD-ROM을 개발하여 호평을 받았으며 점차 세계 유수 박물관 영상 가이드북 제작과 게임콘텐츠 개발 등 새로운 분야로 사업영역을 넓혀 나갔다.

 

일찍이 대다수의 미디어 비평가들이 인터넷 매체의 상용화를 예견하며 책과 신문 같은 인쇄매체의 급격한 쇠락을 고하기도 했지만 한 세대가 완전히 바뀌기 전에는 미디어 독식현상은 일어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우리나라 츨판 시장도 수요 증가와 세계적인 트렌드에 편승하여 전자책 출간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으며 교육계에서도 머지않아 종이교과서를 디지털교과서로 대체해 나갈 전망이어서 인프라 구축과 최적의 소프트웨어 개발이 시급한 실정이다.

 

미국의 한 문학평론가는  "한국인들은 책을 읽지도 않으면서 노벨문학상을 원한다"고 꼬집은 바 있다. 문맹률이 2% 미만이고 매년 4만 권의 책이 출간되지만 30개 상위 선진국 가운데 국민 한 명당 독서시간이 가장 적고 국민 10명 중 3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우리나라가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이며 성인의 80%가 스마트폰을 자유자재로 사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 것 같다.

 

이제 우리나라도 한글의 세계화 전략처럼 한국문학의 세계화를 위해 다양한 미디어 믹스 전략을 구사하여 전 세계 독자들에게 한국문학을 보다 손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특히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제작비와 물류비가 현저히 적게 들뿐 아니라 접근성, 범용성, 휴대성, 가독성 등에서 큰 장점을 갖고 있어 온라인 플랫폼을 기반으로 한 디지털 미디어 운용은 한국문학의 세계화에 크게 기여할 것이다.

 

흔히 헤르만 헤세를 ‘구름의 시인’이라고 한다. 그는 독일의 소설가이자 시인으로 1946년 노벨문학상을 받았다. 헤세의 작품이 지니고 있는 심오한 주제성으로 인해 이런 말이 나왔을 것이다. 그의 시의 주제인 구름의 사상,그것이 곧 우리 고전수필 조침문(弔針文)에 나오는 비상(非常)이다.

 

머무르지 못하는 인간의 인연, 그는 이를 구름이란 사물로 표현했다. 사실 헤세에게는 유년시절 인도에서의 삶이 그의 문학을 지탱하는 원동력이 됐다. 서양인들이 사유(思惟)의 근원으로 삼았던 이 심오한 동양철학, 아이러니컬하게도 이제 우리는 그것을 서양의 문학작품을 통해 수용하고 있다.

 

요즘 문화콘텐츠의 세계화를 논하는 자리에서 빠짐없이 등장하는 용어가 글로컬(Glocal)이다. 이는 글로벌(Global)과 로컬(Local)의 합성어로 지역특성을 살린 세계화를 의미 한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 속에서 작가들은 우리만이 갖고 있는 토속적 정서와 역사의식을 형이상학적인 언어로 승화시켜야 한다. 그리고 이것이작품을 통해 대중에게 널리 알릴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아것이 우리의 것이며 우리의 삶속에서 하나의 자양으로 남아 있음을 재삼 확인해야 한다.

 

이런 '유일함'의 가치를 세계가 인정하고 공감할 때 비로소 한국문학의 세계화는 빛을 발하고 노벨문학상 또한 꿈이 아닌 현실로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올 것이다.

 

김경중(문화평론가, 국가혁신포럼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