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4) - 첫눈
샤론의 꽃
2017. 12. 6. 14:28
첫눈
너를 잊으려고
하얗게 잊어버리려고
밤새 내 마음을 밝히던
기억의 램프등 하나 꺼버렸다
이젠 그리움 따윈
흐르는 세월에 띄워보내고
새날 새 숨의 설레임으로
앞만 보며 달려가야지
북받쳐 오르는 슬픔이랑
티끌처럼 흩날려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리라
아, 그러나 첫눈 내리는 날
내 마음 한켠이
켜켜이 쌓인 그리움에 겨워
풀썩 주저앉을 줄이야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처럼
평생 망부석이 되어 삭풍한설을
견뎌야 할지라도
첫눈
첫 사랑
첫 키스의 추억이
송이송이
쏟아쳐내리는 지금
나는 그저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저 황량한 겨울들판
지워진 발자국들을
우두커니 쳐다보는
영혼 없는 눈사람이 되어도 좋으리
일 년에 딱 하루
첫눈 내리는 날
하얗게 밤이 맞도록
그대 생각에 펑펑
소리쳐 울어도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