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16) - 갈대밭
샤론의 꽃
2016. 9. 21. 22:36
갈대밭
가슴이 시린 날에는
세월교* 근처
갈대밭으로 가자
바람이 낮게
흐르는 곳
은빛물결로 흔들리는
갈대들을 만나보자
가을햇살이
마른 풀잎 위로
하얗게 부서지는 오후
갈대의 야윈 가슴에
귀를 대고
흐느끼며 우는 소릴 들어보자
바람이 사방으로 구르는
강 언덕에 서서
더러는 구겨지고
더러는 짓밟혀 꺾여 있는
상한 갈대의 허리를
일으켜 세우자
참혹한 가을의 현기(眩氣)처럼
풀씨들은 어지럽게 흩날리고,
흩날려 버리고
잘 가거라, 잘 가거라
마른 손을 흔드는
자욱한 슬픔의 갈대밭
*세월교: 춘천시 동면 소양댐 물줄기 위에 놓여있는 다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