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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회칠한 무덤

 

 

우리사회 곳곳에서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수출도 예전만 못하고 국내 경기지표도 여러 곳에서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게다가 망국병인 공직자 비리는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다. 정치인이나 기입인들은 차치하고라도 성역처럼 여겨져 왔던 교단이나 종교계까지도 조용할 날이 없다. 나라를 지키는 핵심영역인 방위산업 분야에서도 상상을 초월하는 비리와 부정부패가 만천하에 드러나고 있으니 도대체 국민들은 누굴 믿고 살아야 하는지 답이 나오지 않는다.

도처에서 일어나는 성범죄는 고위공직자, 법조인, 국회의원, 교수, 교사, 군인, 경찰, 연예인, 스포츠 스타 할 것 없이 쥐꼬리만한 권력을 잡고 있는 인사들이라면 여지 없이 일탈행위를 벌이고 있으니 보도된 내용들만 봐도 TV의 막장 드라마가 따로 없을 지경이다.

인도의 성자 '마하트마 간디'는 일찌기 나라를 망하게 하는 7가지 악덕이 있다고 했다. 첫째, 철학 없는 정치 둘째, 도덕 없는 경제 셋째, 노동 없는 부 넷째, 인격 없는 교육 다섯째, 인간성 없는 과학 여섯째, 윤리 없는 쾌락 일곱째, 헌신 없는 종교가 그것인데 100년 전에 살았던 간디의 통찰력이 오늘 날에도 빛을 발한다니 놀라움에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다.

도덕과 윤리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고 인륜마저 무너져 돈 때문에 부모를 학대하거나 죽이기까지 하는패륜아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고 있다. 선현들이 목숨처럼 지켜오던 미풍양속들은 이제 고전에서나 찾아볼 수 있게 됐으니 우리 교육은 어디로 실종됐고 정치는 누굴 위해 존재하며 종교는 빛과 소금의 역할을 다 하고 있는지 묻고 싶다.

청년실업률과 노인자살률은 OECD 국가 중 1위라는 불명예를 안은지 오래 지만 경제와 복지는 정치에 발목이 잡혀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고 있다. 백화점이나 마트에 넘쳐나는 물질의 풍요는 단군이래 최고라지만 비정규직이나 아르바이트로 근근히 생계를 유지해 가며 지옥 같은 삶을 살아가는 서민들의 한 숨 소리는 하늘을 찌르고 있다. 또한 지역 간, 세대 간, 계층 간 양극화의 문제는 도무지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없다.

속은 썩은 시체의 뼈들로 가득하지만 겉은 그럴 듯이 꾸며져 있는 회칠한 무덤이 바로 우리 사회의 진면목은 아닐런지?

겉은 황금투구를 덮어 썼지만 속은 나병을 앓고 있는 나아만 장군의 모습이 바로 우리들의 자화상은 아닐런지?

작년 4월 16일 세월호가 침몰하여 수백 명의 학생들과 시민들이 죄 없이 죽어갔을 때만 해도 온 국민이 비분강개하여 이대로는 안 된다고 개혁의 의지를 불태웠다. 하지만 불과 1년 반만에 논쟁의 초점은 오직 보상금에 모아지고 초심은 온데간데 없다. 썩은 뿌리를 뽑아낼 생각은 하지 않고 비본질적인 문제에만 매달린 채 급기야는 이념대립으로까지 비화하는 추태만을 연출하고 있으니 하늘나라에 가서도 먼저 간 이들을 볼 낯이 없을 것 같다. 

정말 이대로는 안 된다. 황금투구로 환부를 가리고 회칠한 무덤으로 마른 뼈들을 감춘다 해도 본질은 아무 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병은 더 깊어지고 죽음의 그림자만 더 짙게 드리워질 뿐이다.

물질만능주의와 출세지상주의를 최선의 미덕으로 가르치는 기존의 학교교육부터 바로 잡고, 밖으로부터 길들여 지는 인성교육이 아니라 내적 거듭남을 통한 창조적이고 자주적인 인성교육을 실시하여 우리 아이들을 글로벌 인재로 길러내야 한다. 간디의 경고를 이제부터라도 겸허히 받아들여 세월호처럼 기울어져 가는 대한민국을 바로 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나'라는 개체부터 바로 서야 한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어둠과 혼돈에서 벗어나는 방법은 스스로의 의식개혁을 통해 빛과 생명의 세계로 나가는 길 뿐이다.

나아만 장군이 자신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고 말씀에 순종하여 요단강에 들어감으로써 병든 몸을 깨끗하게 고침 받았듯이 우리 크리스천들부터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신 예수그리스도 앞에 나아가 말씀대로 순종하며 헌신적인 성도의 삶을 살아감으로써 밝고 건강하고 아름다운 하나님의 나라를 이 땅에서 누릴 수 있기를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