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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가을하늘이 물속처럼 깊고 푸르다 오늘 아침엔 세속의 바다가 아닌 저 가을하늘 속에 내 몸과 마음을 풍덩 빠뜨리고 싶다 티끌하나 없을 것 같은 눈부시게 맑고 푸른 청정하늘 한 마리 물고기가 되어 저 푸른 궁창 속을 마음껏 헤엄치고 싶다 힌 조각의 뭉게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 속절없이 흘러가고 싶다 오늘 아침엔 저 높고 푸른 가을하늘 속에서 내 영혼을 말갛게 씻기고 싶다 가이없이 너른 가을하늘 속을 새털처럼 가볍게 훨훨 나르고 싶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10) - 들꽃은 왜 키가 작은가 들꽃은 왜 키가 작은가 들꽃은 누군가의 꽃반지가 되고 싶다 들꽃은 누군가의 손가락 끝에서 빛나는 작은 보석이 되고 싶다 별들이 총총히 빛나는 옹달샘가엔 밤마다 마음씨가 깨끗한 들꽃들이 무성히 핀다 천지의 배경이 돼주는 들꽃ㅡ 아무리 높은 산도 들꽃을 가슴에 품지 않고는 큰산이 될 수 없다 들꽃은 키가 작지만 산은 들꽃을 높이 받들어 드높은 하늘과 맞닿게 한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9) - 동백꽃 김경중 동백꽃 오동도에 갔다가 동백꽃을 만났네 속마음을 들킨듯 금세 붉어 오는 두 얼굴 한낮에도 볕이 들지 않는 어두컴컴한 동굴 속, 그 비밀의 숲 회한과 정념이 깃든 남도여인의 넋처럼 서늘하게 서늘하게 동백꽃이 피었네 어두워질수록 영롱하게 빛나는 선홍빛 램프등 춘삼월, 남도의 별빛은 아직 차가운데 붙박힌 그리움에 동백꽃 꽃숨소리 울먹울먹 들려오지 않는가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8) - 장미 장미 피 흘림 없이 한 송이 꽃도 피우지 못하는 너 꼭 누구를 닮아 한 생애 활활 불태우다 스러져갈 목숨인가 너를 사랑함은 내 생의 최고의 기쁨이건만 금방이라도 나를 찌를 것 같은 네 몸의 가시가 무서워 가슴으로도 껴안지 못했네 아침에 창문을 열면 드러나는 초록빛 배경들 그 속에 네가 있다 나 비록 네 독한 가시에 심장이 찔려 죽을지라도 사랑의 마음 절정으로 치닫는 이 순간 저 금단의 울타리 뛰어 넘어 온몸으로 너를 껴안고 네 붉은 입술에 뜨겁게 입맞춤 하리라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7) - 花요일의 洛花(2) 花요일의 洛花(2) 그대여 눈을 감고 가만히 들어보라, 느껴보라 사랑에 미친 이들이 부르는 가난한 슬픔의 노래를 저 조용히 흐느끼는 울음소리를 숨죽여 들어보라 마음으로만 느껴보라 적막한 허공 속에서 마른 꽃잎 하나 나폴나폴 춤추며 떠나가는 소리를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6) - 길 밖의 길 길 밖의 길 평화와 고요의 다리 너머 푸른 숲이 우거진 낙원이 있으리 긴긴 세월 씨를 뿌리고 나무를 심어 숲을 이룬 사람들 끊어진 역사와 마음을 이어 다리를 만들고 길 밖의 길을 낸 사람들 모두가 번영과 행복을 위해 이념과 편견에 맞서 싸운 용감한 전사들이었네 굳게 닫힌 녹슨 철문과 불통의 담벽을 허물어 옥토를 일구고 온갖 고초와 모진 풍상 겪으며 마침내 붉은 인동초 한 송이 꽃피운 이여 절망과 분노의 한숨 비켜간 자리에 희망의 무지개 뜨고 한 올 한 올 정성껏 뽑아 올린 몇 촉의 빛살로 새 천자를 여네 이제 옛길로 다시는 되돌아 가지 않으리 거칠고 헐벗은 광야를 떠나 오직 빛으로 충만한 세상 단비가 푸른 잎새를 촉촉이 적시는 생명나무숲을 향해 이 한 몸 구푸려 그대의 길이 되리라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5) - 햇빛 한 줌의 사랑 햇빛 한 줌의 사랑 그대 사랑하는 마음 없었더라면 나는 밤새 시 한 줄 쓰지 못했으리라 그대 사랑하는 마음 없었더라면 나의 고백 나의 날숨은 연모의 노래가 되지 못했으리라 밤새 어둔 거리를 쓰는 청소부의 빗질은 푸른 별 한 모퉁이를 깨끗게 하고 밤새 가슴앓이하며 쓰는 나의 시 몇 줄은 흐린 영혼에 램프를 켠다 살점처럼 떨어져 나간 하얗게 구겨진 원고지 몇 장 어둠 속에 깃든 죄의 영령들이 떠나고 나는 마침내 햇빛 한 줌 움켜쥐며 미완의 새벽을 맞는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4) - 첫눈 첫눈 너를 잊으려고 하얗게 잊어버리려고 밤새 내 마음을 밝히던 기억의 램프등 하나 꺼버렸다 이젠 그리움 따윈 흐르는 세월에 띄워보내고 새날 새 숨의 설레임으로 앞만 보며 달려가야지 북받쳐 오르는 슬픔이랑 티끌처럼 흩날려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리라 아, 그러나 첫눈 내리는 날 내 마음 한켠이 켜켜이 쌓인 그리움에 겨워 풀썩 주저앉을 줄이야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처럼 평생 망부석이 되어 삭풍한설을 견뎌야 할지라도 첫눈 첫 사랑 첫 키스의 추억이 송이송이 쏟아쳐내리는 지금 나는 그저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저 황량한 겨울들판 지워진 발자국들을 우두커니 쳐다보는 영혼 없는 눈사람이 되어도 좋으리 일 년에 딱 하루 첫눈 내리는 날 하얗게 밤이 맞도록 그대 생각에 펑펑 ..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3) - 가을의 통로 가을의 통로 바람이 낮게 흐르는 곳으로 갈대들이 사방으로 흔들리고 있다 나는 조용히 안경알을 닦고 가을 하늘을, 그 하늘에서 번지고 있는 고요한 물결을 바라보고 있다 빈집은 오후 내내 조용하다 빈집에는 과꽃 한 묶음만 바람처럼 놓여 있다 그냥 옷깃을 여미고 걸어가는 사람들..... 그저 가을햇살의 환한 통로를 지나가는 사람들..... 가을은 어느새 우리 주변에 맑은 바람 한끗으로 와 있다 더보기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2) - 가을전어 가을전어 가을은 전어의 계절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고 집 나간 탕자도 돌아오라 가을전어 굽는 냄새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해 저문 소래포구, 가난하지만 넉넉한 어미품처럼 서해바다는 은빛전어떼들의 어장이다 뼈까지 드려진 제물, 맑은 소주 몇 잔 기울이며 참혹했던 지난 여름날 흙더미처럼 굳어있는 마음의 담장을 밀어내고 친구여. 이제 가난히 헐벗을 가을을 이야기 하자 미운 마음, 서운했던 감정들 대가리부터 통째로 한 입 씩 베어물고 목구멍에 잔가시처럼 걸려있는 검은 죄들을 천천히 씹어 삼키자 가을이 깊어 전어의 뼈들이 억세지기 전에 우리 함께 희뿌연 안개바다 소래포구로 가서 연탄불 위에 노릇노릇 익어가는 가을전어와 눈물처럼 맑은 소주 몇 잔 기울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담백한 가을맛이 되자 북으로 대륙으로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