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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9) - 나무십자가

나무십자가

 

부드러운 죽순이 꼿꼿한 대나무로 자라나듯

연약한 내 믿음 피묻은 나무십자가 위에서

푸른 댓닢 하나로 돋아나게 하소서

실겠다고 비굴하게 허리를 굽히느니

차라리 올곧은 대쪽처럼 산산히 부서져 죽게 하소서

뿌리는 악착같이 살아남아  새 하늘 새 땅 열리는 날

골고다의 언덕에서 청정한 잎새 하나 매달고

보란듯이 다시 태어나게 하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