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못
세모가 되자 어김없이 자선냄비의 종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려 퍼집니다. 서로의 옷깃을 스쳐도 모를 만큼 사람들은 어디론가 분주하게 인파에 휩쓸려 갑니다. 며칠이면 크리스마스-
요즘은 왠지 길거리에서 크리스마스 캐럴 송을 듣기가 여간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아기 예수님 대신 산타클로스 할아버지가 주인이 된지 오랜 빛 바란 크리스마스이지만 캐럴 송이 울려 퍼지지 않는 12월은 어쩐지 삭막하게만 느껴집니다.
이미 종강도 했고, 시험성적도 다 매겨 논 터이라 홀가분한 마음으로 송년모임에 자주 모습을 나타내게 됩니다. 그러나 요즘은 세모의 향연으로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예전만큼 가볍지 만은 않습니다. 왜냐고요?
그것은 한 여학생이 준 의미있는 크리스마스 선물 때문이지요.
마지막 수업이 끝나자 내 방으로 불쑥 찾아와 포장도 하지 않은 채 크리스마스 선물(교인들끼리는 종종 주고받는 선물임)이라고 건넨 대못 하나가 날이 갈수록 나의 마음을 아프게 찌르고 있기
때문입니다.
기독교인이라면 금세 눈치 챌 법 하지만 못은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박은 흉기입니다. 예수님은 2000여 년 전, 로마병사들에 의해 십자가에 못 박혀 피와 물을 몽땅 쏟으며 죽으셨습니다.
그 예수님의 살을 찢고 피를 흘리게 한 도구가 망치와 못과 채찍인 것입니다.
그리스도인들은 이 못의 의미를 잘 압니다. 예수를 구주로 영접하고 물과 성령으로 죄 사함의 세례를 받은 것만으론 기독교인이 됐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이생의 자랑과 육체의 자랑, 그리고 안목의 정욕까지 못 박아 자신은 죽고 자기 안에 그리스도가 살아야 만이 진정한 기독교인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요.
남의 가슴에 굵은 쇠못을 박기 전에 나의 모든 정욕과 탐심을 못 박고, 진정한 그리스도인으로 거듭나도록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한 해를 보내며 어떤 여학생에게 받은 대못 하나...
올 한 해 나 자신을 겸허히 돌아보며 새해에는 좀 더 십자가 위에 못 박혀 돌아가신 예수 그리스도처럼 나 또한 굵은 대못으로 나 자신을 못 박아 날마다 거듭나는 아름다운 중생의 삶을 살아야겠다는 다짐을 거듭거듭 해 보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