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언어로 시대를 통찰하는 작은 거인 이외수
강원도 춘천을 연고로 둔 탓인지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소설가 이외수 선생에 대한 관심은 한결 같았다. 책 속에서, 언론 속에서, SNS 상에서 비치는 그의 모습은 세상을 등진 은둔자 같이 보이기도 했고, 세상을 깨우는 선지자 같이 보이기도 했다.
대표적인 소설가로는 '봄봄'의 작가 고 김유정 선생이 있는데 신남 실레마을 입구에 그를 기념하는 문학관이 세워져 있다. 생존작가로는 '아베의 가족'을 쓴 전상국 선생이 김유정 문학관 관장직을 맡고 있고 오정희 작가와 한수산 작가도 빼놓을 수 없다. 시인으로는 스승이신 이승훈 선생과 최승호 선생이 널리 알려져 있다.
이외수 선생은 춘천교대를 다녔고 오랫동안 춘천을 무대로 작품활동을 해왔지만 지금은 옆 동네 화천의 문화적 아이콘으로 자리매김 되고 있다.
2005년 화천군의 집요한 러브콜 끝에 지금까지 그곳에서 줄곧 둥지를 틀고 계신 선생을 화천 읍내의 '명가'라는 음식점에서 만나 뵈었다.
이외수 선생께서 사모님과 함께 어려운 발걸음을 하셨고, 정연태 회장을 비롯한 우리 국가혁신포럼 임원들을 그 특유의 웃음으로 반갑게 맞아 주셨다.
소문에 듣던대로 와병 중이셔서 가뜩이나 마르고 작은 체구가 더 왜소해 보였지만 번득이는 재치와 구수한 입담은 여전하셨다. 투병생활을 잘 이겨내시고 비교적 건강한 모습으로 따뜻하게 우리를 반기시는 품새가 마치 이웃집 할배처럼 정겹고 편안하게 느껴졌다.
자연산 쏘가리회와 매운탕으로 점심식사를 맛있게 하면서 선생의 근황과 화천생활에 얽힌 많은 에피소드들을 귀담아 들을 수 있었고, 국가혁신포럼이 주관하는 안중근 의사 동상건립 기념행사에 관한 이런저런 얘기들도 심도 있게 오고 갔다. 마침 자리를 함께 한 큰 아들 이한얼 감독과도 그가 조연출한 영화 '암살'을 화제로 재미있고 풍성한 얘기들을 나눌 수 있었다.
좌로부터 국가혁신포럼 정연태 회장, 이외수 선생, 큰 아들 이한얼 감독
팔로우 숫자가 190만 명이 넘는다는 우리나라 트위터 대통령의 촌철살인의 일침에 일부 정치세력들이 좌파의 올가미를 덧씌우는 게 안타깝게만 여겨졌던 터에 막상 이곳에서 신선처럼 자유롭고 자연처럼 여유로운 그의 모습을 접하면서 모든 것이 기우임을 깨닫게 되었다.
항암치료를 9차례나 견뎌낸 안내와 뚝심은 평생 선생이 살아온 여정을 들여다 보면 쉽게 예측 가능한 일이지만 어쩌면 인생과 예술에 대한 처절한 고뇌와 불의에 대한 저항의 몸짓이 투병기를 보내면서 더욱 바위처럼 든든히 서고, 촛불처럼 겸손히 타오르며 황혼기를 노을빛으로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는 듯 하였다.
무더위도 한 풀 꺾여 산자락을 휘돌아 불어오는 바람이 제법 선선하게 느껴지는 오후 4시 경 우리들은 문학관을 배경으로 기념촬영을 마치고 아쉬움을 뒤로 한 채 각자의 행선지를 향해 차를 돌렸다.
돌아오는 길에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들을 하나하나 넘겨 보면서 평생 기행으로 점철된 작가의 삶 저 편에서 스멀거리는 칼날 같이 서늘한 기운과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가슴앓이 해왔던 흔적들을 영혼으로 교감하면서 빛나는 감성언어로 시대를 통찰하는 작은 거인과의 만남을 오래오래 기억하고 싶었다. <김경중*국가혁신포럼 대변인*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