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74) - 스무나무 이야기

 

 

스무나무 이야기

 

이쪽도 아니고

저쪽도 아니고

 

왼쪽도 아니고

오른쪽도 아닌 곳에

스무나무숲이 있다

 

스무나무

스므나무

수므나무

시무나무

 

어떤 이름으로 불려도

시시비비를 가리지 않는

점잖은 나무

 

이따금 가시에 찔린 바람이

피를 흘리며 달려와도

 

스무 날이 지나야 아문다며

때를 기다리게 하는 나무

 

스무숲 마을에는

스무 채의 집이 있었고

 

스무나무 아래서

쉰 밥 한 술 얻어먹은 김삿갓이

 

시 한 수 지어 분풀이 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는 나무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은

오직 한 길

 

나무가 사라진 빈숲에서

은빛 십자가만이

고요히 빛을 발하고 있다

 

스무숲성당 전경

...............................................................

스무숲: 스무숲은 예쁜 이름처럼 스무나무숲이 군락을 이룬 곳 또는 숲 속에 스무 채의 집이 있다는 뜻으로 전해 온다(강원도 춘천시 석사동). 지금도 아름다운 건축물을 자랑하는 스무숲성당과 부근에 안마산을 두르고 있으나 예전 스무숲 마을 일대는 주택과 먹자골목으로 개발되어 그 풍치를 전혀 찾아볼 수 없게 되었다. 보존과 개발이라는 경계선에서 회색지대로  남은 스무숲을 아쉬워 하며 지은 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