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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6) - 달아실의 사막여우

 

 

달아실의 사막여우

 

춘천은 도시 전체가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입니다.‘호반의 도시’란 낭만적인 슬로건은 4개의 댐이 건설 된 이후에나 붙여진 것입니다.

 

그런데 이 분지의 한 산골에 중동이나 아프리카 사막에서 서식하는 '사막여우'가 살고 있으니 참 신기하고 별난 일이 아닐 수 없지요. 춘천시 동면 월곡리(달아실) 옥광산 안에서 그 유명한‘어린 왕자’의 친구 '사막여우'를 만날 수 있다니 이게 꿈인지 생시인지 헷갈립니다.

 

 

눈이 동그랗고 귀가 커서 사막여우를 닮은 듯 한 손주 녀석을 데리고 놀러 나온 국내 유일의 옥광산은 권진규 미술관과 맛있는 빵집이 있어 언제나 사람들로 북적댑니다. 그런데 달아실 정원 이곳저곳을 구경하다가 우연히 발견한 '미술관 옆 작은 동물원'은 나나 손주 녀석 모두에게 색다른 볼거리와 즐거움을 선물해주기에 충분한 곳이었습니다.

 

 

이곳은 '사막여우', '미어캣', '북극여우', 아메리카 너구리 '라쿤', '페이즈독' 푸른 등의 '거북이' 등 이색동물들이 살고 있는데 몇 마리 안 되지만 선택과 집중의 묘를 탁월하게 살려 달아실의 명소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그 중 말로만 듣던 ‘사막여우’는 너무 귀엽고 앙증맞아서 아무리 바라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습니다. 야행성이라 한낮에는 잠자고. 오후 늦게나 되서야 그 특유의 깜찍한 모습을 드러냅니다.

 

 

성경 다음으로 많이 팔렸다는 '셍 텍쥐베리’의 대표작 ‘어린 왕자’는 비행기 고장으로 사막에 불시착한 주인공이 어떤 별에서 우주 여행을 온 '어린 왕자'와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그려낸 어른을 위한 동화입니다. ‘어린 왕자’는 2015년에 애니메이션 영화로도 개봉되어 전 세계에 또 한 번 ‘어린 왕자 신드롬'을 몰고 왔습니다.

 

‘어린 왕자’를 얘기하려면 ‘사막여우’를 빼놓을 수 없고. 소설 속에서 ‘어린 왕자’와 ‘사막여우’ 등이 나눈 명대사는 두고두고 삭막한 영혼을 적셔주는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해줍니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게 뭔지 아니?"

"흠, 글쎄요. 돈 버는 일? 밥먹는 일?"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이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이란다"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넌 네 장미에 대해 책임이 있어"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디엔가 샘을 감추고 있기 때문이야"

눈으로는 찾을 수 없어. 마음으로 찾아야 해."

 

"나를 길들여줘. 가령 네가 오후 4시에 온다면 나는 3시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

네 시가 가까워 올수록 나는 점점 더 행복해지겠지. 네 시에는 흥분해서 안절부절 못할 거야. 그래서 행복이 얼마나 값진 일인가 알게 되겠지"

그러나 만일 네가 무턱대고 아무때나 찾아오면 난 언제부터 마음의 준비를 해야할 지 모르니까"

 

 

"누군가에게 길들여진다는 것은 눈물을 흘릴 일이 생긴다는 것인지도 모른다"

 

"다른 사람에게는 결코 열어주지 않는 문을 당신에게만 열어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당신의 진정한 친구이다"

 

"사람들은 어디에 있어? 사막은 조금 외롭구나"

"사람들 속에서도 외롭기는 마찬가지야" 뱀이 말했다.

 

나는 요즘 '사막여우'를 만나는 즐거움에 푹 빠져 있습니다. 손주 녀석과 함께가 아니더라도 반가운 손님이 찾아오면 달아실의 옥광산으로 안내합니다. 그리고 주차장에서 빵집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동물원에서 ‘사막여우’를 만납니다.

 

 

 

어떨 때는 낮잠의 삼매경에 빠져있고 어떨 때는 귀를 쫑긋 세우고 나와 눈이 마주칩니다. 그 순간 나는 '사막여우'의 목소리를 듣습니다. “나와 친구가 되고 싶어요? 그럼 나를 길들여 주세요”

 

“아하, 사랑이란 이런 것이구나.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온전히 길들여 지는 것이구나" 나는 속마음으로 '사막여우'의 말에 응답합니다.

 

길들여짐은 하나님과의 관계의 시작이자 전부입니다. "온유한 자는 복이 있나니 그들이 땅을 기업으로 받을 것임이요"(마태복음 5:5)라고 예수님께서 산상수훈 설교에서 말씀하셨지요. 차마 '사막여우’에게 눈을 떼지 못하는 나를"할배 가요"라며 네살배기 손주가 팔을 잡아끕니다.

 

 

앞으로 손주 녀석이 핸드 폰을 갖고 다닐 때 쯤 되면 나는 '사막여우'가 '어린 왕자'에게 말했듯이 이렇게 카톡을 보낼 겁니다. "할배는 네가 오기 며칠 전부터 행복해지기 시작할 거야."라고 말입니다.

 

사랑은 오래 참고 사랑은 온유하며 투기하는 자가 되지 아니하며 사랑은 자랑하지 아니하며 교만하지 아니하며 무례히 행치 아니하며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며 성내지 아니하며 악한 것을 생각지 아니하며 불의를 기뻐하지 아니하며 진리와 함께 기뻐하고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린도전서 13장 4-7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