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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7) - 빨래집게, 거장을 만나다

 

미국 필라델피아 시청 앞에 설치돼 있는 '빨래집게' 조형물(1976년, 클래스 올덴버그' 작)

 

빨래집게, 거장을 만나다

 

스웨덴 출신의 미국 조각가 '클래스 올덴버그’는 '앤디 워홀' 등과 함께 팝아트 미술계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거장입니다. 그는 일찍이 추상표현주의를 거부하고 1960년대부터 타자기, 햄버거, 톱, 아이스크림, 립스틱 등 일상적인 사물을 매우 과장되게 표현함으로써 보는 사람들에게 시각적 충격을 줄 뿐 아니라 물질만능의 미국사회가 누리는 부와 편리성을 아이러니칼하게 드러내고 있습니다. 그의 작품들은 세계 곳곳의 공공장소에 설치돼 있으며 그 중 일본 도쿄 국제무역전시장 앞의 대형 ‘톱’, 미국 필라델피아 시청 앞의 거대한 ‘빨래집게', 프랑스 파리 퐁피두센터의 '담배꽁초들이 들어 있는 거대한 재떨이' 등이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스웨덴 출신의 세계적인 팝아트 미술가 '클래스 올덴버그'(1929~ )

 

서울 청계천의 시작 지점에서도 그의 설치조형물 '스프링'을 만날 수 있습니다. 2006년 제작된 작품으로 다슬기가 나선형으로 뾰족하게 솟은 모습을 형상화한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 작품의 선정과정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였으나 11년이 지난 지금은 청계천 생태복원의 의미를 잘 표현했다는 호평과 함께 많은 시민들이 즐겨 찾는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유명세를 타고 있습니다.

 

서울 청계천의 시작 지점에 설치돼 있는 다슬기 모형의 조형물(2006년, 클래스 올덴버그' 작)

 

사람은 생각하기 전에 먼저 봅니다. 눈이라는 감각기관을 통해 보기도 하고 영혼의 눈으로 어둠 속에서 진리의 등불을  보기도 합니다. (마6:22)에 “눈은 몸에 등불이니 그러므로 네 눈이 성하면 온몸이 밝을 것이요”라고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지요. 우리는 일상에서 무엇을 어떻게 보느냐에 따라 나와 타인의 삶이 확연히 구별됩니다.

 

“길을 가다가 돌이 나타나면 마음이 약한 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하고 마음이 강한 자는 그것을 디딤돌이라고 말한다.” ‘토마스 카알라일’의 말입니다. 세상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하루에도 몇 번씩 수많은 삶의 돌들을 만납니다. 그때마다 그 돌을 대하는 마음가짐과 심안(心眼)의 밝기에 따라 결과는 달라지게 마련이지요.

 

스푼 다리와 체리(1988년, '클래스 올덴버그' 작)

 

흔하디 흔한 빨래집게 하나도 보통사람의 눈에는 그저 빨랫줄에 옷가지를 널 때 필요한 하찮은 물건에 불과하지만 ‘올덴버그’와 같은 세계적인 거장의 눈에는 좌로도 우로도 치우치지 않는 절묘하게 균형잡힌 상징물로 보여져 낯설면서도 명쾌한 해학을 선사해 줍니다. 높이가 무려 13.5m로 실제 빨래집게의 약 200배 크기에 달하는 이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상징언어 또한 그 의미가 결코 가볍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셔틀콕(1994년, '클래스 올덴버그' 작)

 

우리 크리스천들은 비록 시인이나 예술가는 아닐지라도 하나님이 창조하신 자연과 피조물들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살펴서 그분의 뜻을 올바로 헤아려 봐야 할 것입니다. 작은 것을 크게 보고, 딱딱한 것을 부드럽게 보고, 거꾸로도 보고 뒤집어도 보고, 쪼개서도 보고 합해서도 보는 등 사물을 남다른 눈으로 바라볼 때 우리 마음을 옭아매고 있는 고정관념과 편견의 벽이 무너지고 여태껏 알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되지 않을까요?

 

모든 것이 들어있는 두 개의 치즈버거(1962년, '클래스 올덴버그' 작)

 

지금처럼 모든 것이 불확실하고 불평등한 상황에서 이념 간, 지역 간, 계층 간, 세대 간으로 나뉘어져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모습을 대할 때마다 오래 전 미국 동북부의 중심도시 필라델피아에서 만난 거대한 '빨래집게'가 던져주는 무언의 메시지가 가슴 속에 깊은 울림을 주고 있습니다. 

 

"그런즉 너희 하나님 여호와께서 너희에게 명령하신 대로 너희는 삼가 행하여 좌로나 우로나 치우치지 말고"

[신명기 5: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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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1년 서울 출생. 교직에서 은퇴 후 시인, 문화평론가, 칼럼니스트 등  글쓰기와 강연으로 소일하고 있으며 춘천소양제일교회를 섬기고 있다.

 

출처: http://bookblog.khan.kr/entry/시눈물-김경중 [bookblo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