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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경중 칼럼 - 실패라는 역사의 비망록

 

실패라는 역사의 비망록

 

일본의 어느 재벌회사 회장실에는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는 비밀금고가 있다고 한다. 보여주지 않는 이유는 금고에 실패한 사례들이 보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비밀금고 안에 허접한 물품들은 넣어두지 않는다. 값비싼 귀금속이라든지 집문서, 또는 유가증권 같은 것들만 골라 소중히 보관한다. 이 재벌회사 회장님은 자신이 평생 겪었던 실패사례들을 얼마나 귀하게 여겼길래 이런 비밀금고 안에 보물처럼 몰래 감춰두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보았을까?

 

실패라는 역사의 비망록을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기는 절묘한 역발상과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통찰력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우리는 성공을 위해서 반드시 실패학을 공부해야 한다. 비록 실패는 입에 쓰지만 체질을 강화시키므로 보약처럼 몸에는 좋다. 그러나 같은 실패를 반복하는 것은 자신과 조직을 위험에 빠뜨리게 하는 자살행위나 다름없다.

 

역사적으로 볼 때 한 나라가 망하거나 국정운영에 실패하는 이유는 외적 요인과 내적 요인으로 구분된다. 즉 외부의 공격으로 인한 멸망과 자기 스스로 무너지는 내부 붕괴를 들 수 있다. 내부 붕괴의 요인으로는 국민들의 이기주의와 쾌락주의, 그리고 국가를 경영하는 엘리트 지배계층의 오만함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의한 과도한 국고낭비 등을 들 수 있다.

 

개인도 마찬가지이다. 일상생활에서 자기관리나 시간관리를 소홀히 하고 결단력 없이 어물어물대다가 망한다. 또한 절제력과 겸손함을 잃어버리고 지나치게 욕심 부려도 망할 위험이 크다. 성서에도 "교만은 패망의 선봉이요 거만은 넘어짐의 앞잡이다:라고 기록되어 있는 것을 보면 겸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우리는 어떻게 하면 날로 치열해지는 생존경쟁 속에서 망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을끼? 우리는 어떻게 해야 실패한 국가경영을 원상회복 시키고 국민들에게 다시 희망과 행복의 메시지를 안겨 줄 수 있을까?

 

실존주의 철학자 키에르케고르의 말처럼 낡은 고정관념을 망치로 깨부셔야 비로소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면 지금이라도 낡은 과거의 껍질을 깨기 위해 우리는 개혁의 쇠망치를 들고 창조적 파괴를 감행해야 할 것이다.

 

혁신은  누군가의 과도한 희생을 요구하지 않는다. 변화에 대한 열망과 열린 사고, 관점의 전환만으로도 얼마든지 새로운 세상을 만날 수 있다. 이미 창조된 것에 새로운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디자인을 새롭게 하여 멋지게 바꿔나가면 된다. 또한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하고 개방과 수용의 자세로 서로 다른 것이 만나는 것을 용인하면 금상첨화다.크게 욕심 부리지 말고  그 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주의  깊게 살펴보고, 관심을 갖지 않았던 것들에 대해 작은 관심을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변화의 에너지는 증폭된다.

 

 

생명이 유한하고 지혜가 한정된 인간이 지구상에 무한한 존재로 살아가기 위해 자손을 낳고 기르며 자녀를 교육시킨다. 우리는 이러한 하늘의 섭리를 감사하게 여기고 올바른 역사인식과 시대졍신으로 혁신을 주도하고 변화의 중심에 우뚝 서야 할 것이다.

 

실패를 두려워 하지 않되 우리의 후대가 오늘날과 같은 참담한 실패를 계속 반복하지 않도록 겸허한 마음으로 역사의 비밀금고 안에 오로지 진실된 기록만을 남겨 물려주어야 한다. 역사는 시대를 비추는 거울이자 나아가야 할 방향을 가리키는 나침반이기 때문이다.

 

2016년 12월 16

 

 

김경중(문화평론가, 국가혁신포럼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