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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경중 칼럼 - 정치와 魂

 

치와 魂

 

최근 박근혜 대통령이 공석이든 사석든 가리지 않고 눈물을 보이는 일이 잦다고 한다. 청와대 회의 중 20분 정도 통곡을 했다는 보도도 있고 대구 서문시장 화재현장을 방문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도 몹시 흐느껴 울었다고 한다.

 

또한 유력보수지 오너가 청와대로 가서 박근혜 대통령을 면대했는데 그 자리에서도 대통령은 조언을 들으려 하지 않고 ‘내가 뭘 잘못 했느냐?’라고 반문하며 자신의 억울함만 격정적으로 토로했다고 한다.

 

여러 차례 대국민 담화를 통해 ‘정치에 입문한 후 오직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을 뿐 단 한 번도 사익을 추구하지 않았다’라는 대통령의 해명-

그러면서도 ‘주변 사람을 정리하지 못한 것은 결국 저의 큰 잘못이다’라며 최순실이란 말뚝을 뽑아내지 못한 것을 후회하는 대통령의 때늦은 탄식 -

 

요즘 가뜩이나 김영란 법으로 옹색해진 송년회 자리가 의외로 뜨겁다. 친한 친구끼리 박 대통령의 거취문제로 말다툼이 일어나고 급기야는 정겹던 자리가 깨지는 일까지 발생한다. 정치얘기는 밥상머리에서 절대 꺼내면 안 된다는 불문율이 지켜지지 않는 반면 김영란 법에 대한 자조 섞인 서민들의 목소리는 한층 힘을 얻는다.

 

우리는 어떤 방식으로 박 대통령의 말과 눈물의 진위를 증명할 수 있을까? 아무리 수심이 깊은 물속도 수학적 계산법으로 능히 잴 수 있다지만 한 치도 안 되는 사람의 마음속은 어떤 방법으로도 측량할 수 없다는 데 말이다.

 

사물을 증명하는 데는 3가지 방법이 있다. 그 첫째는 수학적 증명 방법이다. 이런 수학적 증명의 특징은 정확한 데 있다. 대통령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수학적으로 증명할 수 있다면 이보다 명백한 방법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인간의 심리뿐 아니라 만물을 수학적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둘째는 생물학적 증명 방법이다. 사물을 생물학적으로 증명하려면 주의 깊은 관찰이 필요하다. 동물이나 식물을 수리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지만 관찰의 결과로 “나비는 이렇다.”라든지, “꽃은 이렇다.”라고 증명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는 수학이나 관찰 즉 외적인 연구만으로 증명하지 못하는 것이 있다. 인격 또는 정신, 영혼 등이다. 우리는 수학적 방법으로 영혼의 크기나 무게를 잴 수 없다. 우리의 인격, 정신, 신앙심 등을 연구실에서 관찰을 통해 증명할 수도 없다. 전자 즉 수학과 관찰을 통한 증명을 자연과학이라 하고 후자를 인문과학이라고 한다. 인문과학을 자연과학으로 증명하거나 설명한다는 것은 애당초 무모하고 불가능한 일이다.

 

셋째는 사랑과 믿음의 눈으로 증명하는 방법이다. 성경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하나님의 존재를 증명하는 방법이 잘 기술돼 있다.

 

요한일서 4장 7-8절에 “사랑하는 자들아 우리가 서로 사랑하자 사랑은 하나님께 속한 것이니 사랑하는 자마다 하나님께로 나서 하나님을 알고 사랑하지 아니하는 자는 하나님을 알지 못하나니 이는 하나님은 사랑이심이라.”라고 말씀하고 있다. 하나님은 사랑이시기 때문에 사랑하지 않고는 하나님을 알 수 없다고 하였다. 따라서 우리는 하나님을 사랑함으로 하나님이 살아 계심을 믿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우리는 부모님을 사랑하지 않으면 부모님을 믿을 수 없고 친구를 사랑하지 않으면 친구를 믿을 수 없고 지도자를 사랑하지 않으면 지도자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믿을 수 없게 된다.

 

1975년 킹과 윌슨이라는 생물학자가 사람과 침팬지를 생물학적으로 비교연구하여 발표하였다. 그들은 사람과 침팬지가 생물학적으로 99%가 동일하다고 하였다고 한다. 그렇다면 사람과 침팬지가 99%가 동일한데 왜 문명은 그렇게 차이가 날까?

 

만약 인간의 정신적인 기능이 생물학적 기능 때문에 생긴 것이라면 침팬지에서도 어느 정도의 문화나 문명을 찾아볼 수 있어야 한다. 그러나 침팬지에는 문화나 문명을 전혀 찾아볼 수 없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이 동물과 다른 특별한 존재임을 말해주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즉 인간에게는 영혼이 있고 침팬지에게는 영혼이 없는 차이가 있는 것이다.

 

우리 국민들은 대통령에게 돌을 던지지 않았다. 단지 평화의 촛불을 들었을 뿐이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은 성난 침팬지가 아니라 평화를 사랑하는 영혼을 가진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평화의 촛불을 특정세력들이 바람으로 꺼뜨리려 한다면 분노한 민심은 반드시 돌을 들 것이다. 정상적인 혼을 갖고 있는 민중들이 혼이 비정상적인 지도자와 정치 모리배들에게 맞서 목숨을 걸고 저항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숱한 피의 댓가를 지불하며 쟁취한 우리의 민주주의 역사는 그것을 원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가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이제는 우리 모두 침묵하는 다수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할 때이다. “신앙이란 우리가 아직 볼 수 없는 것을 믿는 데 있다. 그리고 이 신앙의 효과는 우리가 믿는 것을 볼 수 있도록 한다.”라는 성 어거스틴의 말처럼 이번만은 사랑과 믿음의 눈으로 박 대통령이 제시한 국회합의를 통한 퇴진 안을 받아들여 여야가 함께 얼굴을 맞대고 로드 맵을 세워 나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2016년 12월 3일

김경중(문화평론가,국가혁신포럼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