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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경중 칼럼 - 프레임에 갇힌 촛불정국, 출구를 찾아야

 

 

프레임에 갇힌 촛불정국, 출구를 찾아야

 

미국의 경제학자 JK 갤브레이스의 말처럼 우리는 지금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 유일하게 확실한 사실은 우리가 지금 불확실성의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 뿐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란 그 동안 진리로 믿어왔던 많은 것들이 깨지고 이미 확립돼 있는 이성이나 논리의 틀로는 더 이상 나가야 할 방향을 예단하기 어려운 시대를 뜻한다.

 

20일 검찰이 예상을 뛰어넘어 최순실 등의 공소장에 박근혜 대통령을 공범으로 적시하고 혐의를 계속 수사하기로 함으로써 가뜩이나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안개정국을 걷잡을 수 없는 회오리정국으로 내몰고 있다.

 

어쩌다가 공정성과 투명성을 담보로 운영돼야 할 국가경영체제가 이토록 불확실하고 불공정한 상황으로까지 치달아 왔는지 국민의 한 사람으로 자괴감을 떨칠 수 없다. 헌정사상 초유로 현직 대통령이 사실상 피의자 신분으로 전락되는 과정을 지켜보며 죽은 권력의 무상함을 실감하면서 앞으로 검찰과 특검의 수사방향과 청와대의 대응전략에 귀추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이번 사태를 유발한 결정적 원인은 무엇일까?

그 근본요인을 몇 가지만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대통령에게 모든 권한이 집중돼 있는 현재의 제왕적 대통령제의 망국적 폐단

 

둘째, 집권 여당의 무능과 엘리트 관료들의 정치세력화

 

셋째, 기득권 정당들의 밀실야합, 패거리 문화와 비리와 부정부패의 온상인 고비용, 저효율의 정치구조

 

넷째, 파수꾼의 역할을 제대로 감당하지 못한 무기력하고 분열된 야당에게 책임을 돌려야 마땅하다.

 

이런 총체적인 난국과 국가비상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이게 나라냐?’며 촛불을 들고 모인 성난 민심을 외면한 채 무대응으로 버텨 온 정부와 청와대의 위기관리능력의 부재는 국가를 점점 더 깊은 수렁 속으로 빠뜨리게 하고 있으니 마치 망망대해에서 표류하는 난파선에 탄 것 같이 국민들은 참으로 불안하고 절망적인 심정이다.

 

올바른 민주주의는 다양성이란 국민의 생각과 감정을 먹고 산다. 또한 그것을 바탕으로 한 정치적 유연성을 통하여 지도자의 이성적 사고와 판단에 입각한 동질성이란 공통분모를 찾아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따라서 지도자는 국민을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생각과 권위만으로 나라를 다스려서는 안 된다. 반드시 국민의 다양성을 존중하되 합리적인 이성과 근거를 바탕으로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철학과 혜안을 갖추어야 한다.

 

정반대로 지도자가 개인의 사사로운 감정과 연줄에 사로잡혀 합리적인 사고나 이성적인 판단을 망각하고 비선이나 특정 세력에 의존하여 국민의 뜻을 거스리면 오늘날과 같은 불행한 사태를 초래하고 마는 것이다.

 

지금 우리에게 시급한 덕목은 통치권력이나 포퓰리즘에 편향된 언론, 또는 여론선동에만 혈안이 되어있는 야당이 덫 놓은 프레임에서 벗어나 공정한 시각으로 현실을 진단하고 올바른 처방으로 문제를 해결해 가는 지혜를 발휘하는 것이다.

 

정치에는 권모와 술수, 상황조작과 비범한 연출력이 필수적이다. 정치의 본질은 진실의 싸움이 아니라 인식의 싸움이다. 특정 정치집단이 짜놓은 단면적인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국민은 그들의 편향적인 가치관과 이념에 세뇌되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꼭두각시놀음을 하게 된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며칠 전 김진태 새누리당 의원의 ‘촛불은 바람이 불면 꺼진다‘라는 말을 주의 깊게 살펴 볼 필요가 있다. 만약 그들이 촛불정국을 덮을만한 또 하나의 프레임을 준비하고 있다면 사태의 심각성은 말로 다 형용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진다.

 

공안검사 출신인 그가 아무 생각도 없이 국민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는 망언을 쉽게 내뱉을 수 있을까? 생각에 생각이, 의심에 의심이 꼬리를 물고 일어나는 것은 나만의 기우일까?

 

만약 청와대 배후 세력과 집권여당 내 강경보수파들의 반격 무기인 안보나 공안의 프레임에 우리가 걸려든다면 김진태 의원의 말처럼 촛불은 바람에 소리없이 꺼지고 말 것이다.

 

이러한 위험천만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기 위해서는 우리 국민들의 패러다임 대전환이 선행돼야 한다. 기존의 견해나 사고의 틀을 깨고 전체를 통합적으로 아우르는 다면적 사고로 단세포적인 인식의 틀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

 

여와 야, 보수와 진보, 영남과 호남, 남성과 여성, 노인과 청년, 부자와 빈자, 강자와 약자, 기득권 세력과 신진 세력의 대립과 갈등, 그리고 낡은 고정관념을 망치로 깨부수고 국민들의 안전과 행복, 진정한 자유와 민주, 사랑과 평화, 변화와 혁신, 참된 교육과 문화의 혜택을 누리기 위한 창조적이고 미래지향적인 방향설정을 통한 로드 맵을 구체적으로 설정해 나가야 한다.

 

또한 우리는 우리의 생활을 지배하고 있는 도구나 수단, 방법에서 자유로워야 한다. 디지털이란 문명세계 속에 살면서도 인문학적 사유와 본성을 잃지 않음으로써 천민자본주의의 노예로 전락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불확실성의 시대를 슬기롭게 헤쳐나가기 위해서 특정 프레임에 얽매여 극단적 이념주의에 빠지지 않도록 경계를 늦춰서는 안 되며 사물의 본질을 통찰하는 능력과 담대하게 미래의 위협요소와 맞서 싸우는 용기를 갖추어야 한다.

 

혼돈의 시대일수록 현실에 짓눌려 살기보다는 현실 너머에 있는 내일에 대한 소망으로 새로운 질서와 가치를 선택해야 한다. 진정한 자유란 우리가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달려 있다. 분노한 민심의 상징인 촛불이 비폭력적인 평화의 도구로 사용되어질 때 비로소 우리의 선택은 정당한 것이며 역사의 참된 평가와 의미를 부여받게 될 것이다.

 

시대를 감찰하는 증인으로서의 사회적 양식과 죄와 불의에 항거하는 개인적 양심, 그리고 관용과 절제의 미덕으로 자비와 긍휼을 실천하는 상생의 정신으로 다 같이 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을 다시 일으켜 세우자!

 

2016년 11월 21일

김경중(문화평론가, 국가혁신포럼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