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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경중 칼럼 - 砂上樓閣인가, 事必歸正인가?

 

 

사상누각(砂上樓閣)인가, 사필귀정(事必歸正)인가?

 

12월 9일 역사적인 박근혜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압도적으로 가결됨으로써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날 때까지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고 황교안 국무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아 국정운영을 책임지게 되었다.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 의원 128명 중 절반에 가까운 62명이 찬성표를 던져 친박계의 이탈과 함께 친박, 비박 간의 갈등이 가속화 될 양상이며 여당 내에서도 광장의 민심을 그대로 반영한 것이어서 향후 촛불정국의 귀추가 주목된다.

 

국내외적으로 난제들이 산적한 시점에서 국가경영을 책임지고 위기관리를 해나가야 할 최고지도자의 탄핵은 국가적으로 불행한 사건이고 앞으로 국정운영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어서 안타까운 마음 금할 길이 없다.

 

그러나 우리는 이 엄중한 상황 속에서도 보다 성숙하고 현명한 태도를 견지하여 황교안 내각을 중심으로 만약 일어날지도 모르는 변수들에 대한 만반의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누차 강조했듯이 불확실성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세심한 관찰과 치밀한 대응, 그리고 통합의 리더십을 발휘하는 것 밖에는 달리 방도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은 동전의 양면처럼 다중적 시각으로 바라보고 다의적으로 의미를 해석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평면적 사고로 문제를 진단하고 처방할 수 없는 위협과 기회의 양면성이 공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첫째, 위협(Threat)의 요소를 살펴보자. 가장 큰 위협의 요소는 선출직 대통령이 아닌 대통령 권한을 위임받은 국무총리가 국정을 다스리는 동안 대통령책임제에 걸 맞는 통솔력과 동기부여력이 약화될 것이 자명하다. 2004년 고 노무현 대통령 탄핵시 고건 총리가 보여준 최소한의 관리형 대행체제로 몇 달이나 지속될지 모르는 이 탄핵정국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을지 예측불가한 상황이다.

 

자국의 이익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강력한 보수극우정권인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출범과 IMF에 버금가는 경제위기, 그리고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이 상존하고 있는 등 삼중고(三重苦)의 상황 속에서 과연 현재의 내각으로 대외 협상력을 발휘하고 강력한 리더십으로 통치력을 발휘할런지도 미지수이다.

 

또한 대통령의 직무정지 기간 중에도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외치며 광장을 점령할 촛불민심을 추스릴 동력이 없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의 맥을 잇는 내각으로 국민들이 인식하고 있는 마당에 황교안 권한대행이 어떠한 영(令)을 내려도 이미 활활 타오르고 있는 광장의 촛불들은 수그러지지 않을 것이 분명하며 통제할 수 있는 마땅한 방법을 쉽게 찾을 수 없을 것이다.

 

둘째는 기회(Opportunity) 요소의 발견이다. 기회의 요소 중 가장 으뜸 가는 것은 이번 탄핵사건을 계기로 제왕적 대통령제의 망국적 폐단을 뿌리 뽑으려는 국민들의 요구가 커질 것이며 일부 대권예비주자 및 제3지대 인사들이 그 동안 간헐적으로 주장해 온 개헌에 대한 논의가 어떤 방법이든지 본격적으로 물꼬를 터나갈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이러한 개헌논의는 찬반양론이 크게 맞서므로 대권주자들 개개인의 이해득실이나 정당 간의 유불리를 따져 섣불리 결정되어서는 안 될 것이며 국민적 합의를 통해 신중히 접근하고 결론을 도출해야 할 국가적 중대 과제임을 인식해야 한다.

 

또한 늘 역사의 소용돌이마다 파수꾼의 역할을 감당하며 불의에 맞서 싸워 온 국민들과 개혁적 의지를 표명해 온 인사들에 의해 그 동안의 고비용, 저효율, 불통과 독선, 밀실야합과 패거리 정치로 본질을 왜곡시켜 왔던 대의민주주의 체제의 부작용을 일부 수정하여 세계 최고의 인터넷 강국답게 모바일 디바이스(Mobile Dvice)의 기술적 수단을 기반으로 한 직접민주주의의 정신과 가치를 구현하는 새로운 정당제도 도입이 가시화 될 것으로 보인다.

 

만약 대통령의 탄핵이 헌법재판소에서 기각되어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고 특검에서 모든 혐의가 벗겨져 그 동안의 검찰수사와 국회에서 추진되었던 일련의 과정들이 박 대통령 측에서 주장해 왔듯이 하루 아침에 사상누각으로 허물어져 버린다면 대통령은 국민적 저항에도 불구하고 남은 임기를 정상적으로 채워나갈 것이다.

 

그러나 특검을 통해 대통령의 범죄행위가 사실로 드러나고 헌재에서도 탄핵결정이 내려진다면 모든 것이 사필귀정으로 막을 내리고, 우리 국민들은 사법정의의 엄중함에 환호할 것이며 차기 대통령 후보자들에 대해 이전에 볼 수 없었던 철저하고 강도높은 검증을 통해 보다 새롭고 선진화 된 정치발전과 대한민국 건설에 박차를 가할 것으로 기대된다.

 

우리는 정지된 상태에서 세상을 바라보고 눈에 보이는 것들만 믿으며 일희일비(一喜一悲) 한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역사는 우리의 생각이나 의지와는 달리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좌우될 때가 많다.

 

어려울 때일수록, 급할 때일수록 조금만 관점을 바꾸어 생각해 보자. 사고의 스팩트럼을 넓게 펼쳐 불확실성의 시간이 지난 후 숙명적으로 도래할 역사적 시간을 기대하며 그날을 철저히 준비해 나가도록 하자.

 

올바른 국정의 로드 맵은 선택과 집중으로 시작된다. 선택하지 않은 것들은 과감히 버리고 국민의 생명과 국가의 안위에 직결된 일에 우선순위를 두고 전략적 사고와 시간관리 능력의 극대화를 통해 대통령 권한을 성실히 수행하는 것만이 이 비상시국에 국가를 살리는 일임을 황교안 총리는 명심하길 바란다.

 

2016년 12월 10일

김경중(문화평론가, 국가혁신포럼 대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