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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60) - 흰눈이 펄펄

 

흰눈이 펄펄

 

흰눈이 펄펄 쏟아져

내리는 날에는

나무밭에 갇힌 사슴처럼

그냥 우두커니

눈을 맞으면 좋겠다

 

눈이 쌓인 무게 만큼

나뭇가지가 뚝뚝

부러져나가듯

흰눈이 펄펄 쏟아져

내리는 날에는

내 의지도 꺾이고

부질없는 상념도 꺾여

밑둥만 덩그라니 남은

나무가 되었으면 좋겠다

 

흰눈이 소복소복

쌓이는 날에는

시린 손끝에서 새하얗게

돋아나는 소름처럼

아무도 몰래 

조금만 외로웠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