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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보이지 않는 시작

사랑하는 11학번 신입생 여러분 반갑습니다.

 

새봄, 새학기를 맞이하여 여러분의 몸과 마음에 항상 건강과 기쁨이 충만하기를 축원합니다.

요즈음 혹독한 겨울추위를 이기고 뾰족 고개를 내미는 파릇파릇한 새싹들을 보면서 저는 말로 다 표현할 수 없는 생명의 신비를 느낍니다..

말라 죽은 줄만 알았던 나뭇가지에서 봄이 되면 어김없이 새순이 돋아나 마침내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우주만물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섭리가 얼마나 위대하고 오묘한 것인가를 가슴 깊이 깨닫게 됩니다.

우리는 겨울을 생명의 휴면기라고 생각하지만 어찌보면 그 겨울은 또 다른 봄을 잉태하는 보이지 않는 출발점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시작과 끝이라는 이분법적 사고에 젖어있지만 대자연의 법칙은 시작과 끝은 꼬리를 맞물고 둥글게 돌고 도는 것입니다.

자칫 대학 1학년은 지긋지긋한 수험기의 고통에서 벗어나 마음껏 자유를 발산하고 아무렇게나 행동해도 다 용납되는 시기인 줄 착각하고 있는 학생들이 의외로 많습니다. 그러나 그것은 참으로 위험하고도 그릇된 사고방식입니다.

물론 일생에 단 한 번 뿐인 대학 1학년의 생활은 낭만적인 기분으로 에전에 해보지 못했던 것에 관심을 갖고 취미생활에 몰입하는 것도 자연스런 현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삼라만상의 이치가 그렇듯이 무의미한 쉼이 아니라 정중동의 에너지를 생성할 수 있는 참다운 내면의 쉼과 성찰이 있어야만 합니다. 단거리 경주이든 마라톤 경주이든 보이지 않는 시작을 준비한 사람과 스타트 라인에서 비로소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과는 결과에 현저한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보이지 않는 시작은 어떻게 하는 것이 효과적일까요? 여러분처럼 창의적이고 문화적인 일에 종사하려는 사람들에게 저는 제 경험을 통해 얻은 몇 가지를 말씀드리려 합니다.

첫째, 지성의 개발입니다. 대학의 본질은 지성을 갈고 닦아 학문의 탑을 쌓아가는 것입니다. 매일 전문서적은 물론 교양서적들을 손에 놓치 말고 열심히 탐독하십시오. 아는 것이 힘이라는 말도 있듯이 지식은 인생의 방향을 가늠하는 중요한 나침반 역할을 해줍니다.

둘째, 감성의 개발입니다. 감성은 좋은 성품을 기르는 것이요 가슴으로 느끼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광고인에겐 없어서는 안될 필수적인 요소입니다. 좋은 책을 탐독하고, 친구들을 많이 사귀며 여행을 즐기는 한편 글쓰기와 예술창작 활동을 통해 정서적 표현능력을 키워가는 것입니다.

셋째, 영성의 개발입니다. 예술가들에게 필요한 영감은 영성에서부터 나옵니다. 천재들이 갖고 있는 1%의 영감 또한 여기에서 생성됩니다. 될 수 있는 대로 종교를 갖고 조용히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십시오.

기도하는 시간은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입니다. 영성은 이러한 비움의 시간을 통해 채워집니다. 그런 생활이 계속될 때 우리는 예기치 않은 하늘의 음성을 듣게 되고 번뜩이는 영감과 지혜를 얻게 되는 것입니다.

아무쪼록 여러분의 대학 1학년의 생활이 그저 놀고 즐기는 헛되이 흘러가는 시간이 아니라 빛나는 내일을 준비하는 의미있고 가치있는 시간시간이 될 수 있길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