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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아, 숭례문!


 

아, 숭례문!

 

春來,
不似春이런가,

立春도 지났건만
살을 에이는
칼바람
가슴까지 찢는구나

 

처참하게 불타버린
숭례문 섰던 그 자리엔
울긋불긋한
만장(輓章)들만 펄럭이고,

 

줄을 잇는 弔客들의
단말마 비명소리
안타까이 허공을 흐르네

 

斷腸의 哀曲은
하늘 높이 찌르는데
젯상 위에 놓인
白菊 몇 송이는
처연히 할 말을 잃었구나

 

해마다
겨울과 봄 사이
부는 바람은
어찌 이리도 시린고!

 

해마다
겨울과 봄 사이
부르는 노래는
어찌 이리도 구슬픈고

 

넋을 잃고 애통하
不忠의 마음도
어느 새 새까맣게 타버려
잿가루로 변했네

 

다시 만날 그 날까지
편히 쉬소서

국보 1호

아, 숭례문이여!

 

  -2008년 2월 15일 오후,
숭례문 화재 현장에서 비통한 심정으로 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