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전어
가을은 전어의 계절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고
집 나간 탕자도 돌아오라
가을전어 굽는 냄새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해 저문 소래포구,
가난하지만 넉넉한 어미품처럼
서해바다는 은빛전어떼들의 어장이다
뼈까지 드려진 제물,
맑은 소주 몇 잔 기울이며
참혹했던 지난 여름날
흙더미처럼 굳어있는 마음의
담장을 밀어내고
친구여. 이제 가난히 헐벗을
가을을 이야기 하자
미운 마음, 서운했던 감정들
대가리부터 통째로 한 입 씩 베어물고
목구멍에 잔가시처럼 걸려있는
검은 죄들을 천천히 씹어 삼키자
가을이 깊어
전어의 뼈들이 억세지기 전에
우리 함께 희뿌연 안개바다
소래포구로 가서
연탄불 위에
노릇노릇 익어가는 가을전어와
눈물처럼 맑은 소주 몇 잔 기울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담백한 가을맛이 되자
북으로 대륙으로 섬으로 풍겨가는
고소한 냄새라도 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