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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2) - 가을전어

 

가을전어

 

가을은 전어의 계절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오고

집 나간 탕자도 돌아오라

가을전어 굽는 냄새가

노릇노릇 익어가는

해 저문 소래포구,

가난하지만 넉넉한 어미품처럼

서해바다는 은빛전어떼들의 어장이다

뼈까지 드려진 제물,

맑은 소주 몇 잔 기울이며

참혹했던 지난 여름날

흙더미처럼 굳어있는 마음의

담장을 밀어내고

친구여. 이제 가난히 헐벗을

가을을 이야기 하자

미운 마음, 서운했던 감정들

대가리부터 통째로 한 입 씩 베어물고

목구멍에 잔가시처럼 걸려있는

검은 죄들을 천천히 씹어 삼키자

 

 

가을이 깊어

전어의 뼈들이 억세지기 전에

우리 함께 희뿌연 안개바다

소래포구로 가서

연탄불 위에

노릇노릇 익어가는 가을전어와

눈물처럼 맑은 소주 몇 잔 기울이며

서로가 서로에게

참으로 담백한 가을맛이 되자

북으로 대륙으로 섬으로 풍겨가는

고소한 냄새라도 돼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