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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72) - 비로소 봄

 

 

비로소 봄

 

봄은 오는 것이 아니라

선택하는 것

 

사랑처럼

믿음처럼

 

굳어버린 마음의 흙밭을

부드럽게 갈아엎고

꽃씨 몇 알 심는 것

 

나의 마음속이

꽃 피울

소망으로 가득하다면

 

세상은 어디서나

비로소 봄

 

봄은 오는 것이 아니라

만나는 것

 

겨울의 끝이 아닌

오랜 기다림의 끝에서

그대를 만나는 것

 

상처난 영혼의 가지를

어루 만지고

 

부러진 꽃대를 일으켜 세우는

그대의 손길로부터

소생하는 것

 

단단한 돌틈에서도

겹겹이 뿌리를 내리고

꽃망울을 틔우는

 

그대의 손끝에서부터

피어나는 것

 

혼자가 아니라

그대 사랑하는 마음

더불어 필 때

 

천지는 비로소 봄

비로소 눈물겨운 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