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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83) - 내리사랑

 

 

 

내리사랑

 

물거품이 튀는

갯바위를 보라

 

파도의 살점이 부서져

한나절 햇빛처럼 눈부시다

 

사랑도 물처럼

자신을 깨뜨려야

찬란히 빛나리

 

마른 뼈들을 적셔

살아나게 하는 힘도

 

메마른 꽃자리에

파릇파릇 새싹을 틔워

홀로 서게 하는 힘도

 

만물을 이롭게 하는

물의 지극함이 아니더냐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담담히 흘러

 

영겁 속에서 빛나는

고요한 섬광들

 

물처럼

겸손하여

스스로 낮아지며

 

물처럼

온유하여

다투지 않으며

 

물처럼

자유로워

얽매이지 않으며

 

물처럼

한결같아

끝까지 인내하며

 

물처럼

관대하여

너그러이 감싸주며

 

물처럼

쉬임 없이

자신을 비워서

 

사랑하라

 

낮은 곳으로

더 낮은 곳으로

 

그대의 사랑

흘려보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