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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57) - 응답

 

 

응답

 

푸른 정맥 속에

주사바늘이 꽂힌

 

힘 없는 팔뚝 위로

무수히 난 바늘자국들

 

날마다

위장 속의

청홍색 알약 몇 개와

 

세파계 항생제

수액 몇 병에

뱡든 몸을 의지하는

삶이 안쓰럽다

 

도와주세요

살려 주세요

깨끗이 고쳐 주세요

 

수액이 발끝에서

독한 세균들과 싸우는 동안

나는 신음처럼 기도를

뱉아낸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죄송합니다

 

삶의 고비 고비마다

당신을 향해

부르짖어 기도하는

숨결이 있었기에

 

이 순간,

인내는 눈물처럼

따스하다

 

병 끝으로

느리게 떨어지는

마지막 몇 방울

 

"내 사랑하는 아들아,

두려워하지 마라"

 

묵언의 응답이

가슴 한 자락에서

세미하게 저며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