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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8) - 내 마음속의 풍경

 

 


 

 

 

내 마음속의 풍경

 

1.

 

낡은 동화책 속에는

깊은 밤 들려주시던
할머니의 이야기가 들어있지
할머니의 이야기 속에는

깊은 산골의 산바람
몇 줄이 숨어 있지
밤에 책을 펴들면 나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듣게 되지
잦은 기침 소리에서

할머니의 이야기는 계속되고
오늘 저녁에도 우리 집 근처의 땡감나무엔
떫은 땡감 하나가 까치들을 기다리고 있지

 

 

2,

 

낡은 동화책 속에는

사립문 밖에 걸린 방패연 하나가 있지
할머니집 바위 틈에 숨겨 둔
선녀의 옷꾸러미가 보이지
낡은 동화책을 뒤적이면

우리집 마당에 떠다니는

낡은 바람소리가 들리지

낡은 바람 속에는

할머니의 땀냄새가 나는
속옷 속 주름진 젖무덤이 숨어 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