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별된 삶
지하철 1호선
성북에서 시청까지
25분 거리
나는 그 짧은
시간 동안에
밀린 업무 걱정,
아이들 장래 걱정,
코 앞에 다가온 대선 걱정,
오만가지 쓸데 없는
잡생각에 사로잡혀
主日에 받았던 은혜마저
조금씩 까먹고 있는데
내 옆 자리에 앉아 계신
백발이 성성한
할머니 한 분
너덜너덜한
가로 쓰기 성경책,
舊約 시편 23편을 펴놓고
깊은 묵상에 잠겨 있다
다윗처럼 순전한 믿음으로
天國을 사모하는
천사 같은 그 모습 -
처음 뵙는 할머니는
이른 아침부터
나와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서
구별된 삶을 살고 있는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