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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64) - 블루 크리스마스

 


블루 크리스마스

 

복 되고 기쁜 날,

그러나 나는 차마

하늘을 우러르지 못하고

부르짖어 기도하던 세리처럼

여전히 죄인입니다

새벽마다 가슴에 대못을 치고서야
비로소 내 기도가 핏방울이 되어
당신 殿에 떨어집니다

베들레헴 허름한 마굿간,
별을 따라 찾아온 동방박사는
당신께 황금과 유향과 몰약을 드렸건만
나는 아무것도 드릴 게 없습니다

천사와 목자, 소와 낙타도
당신의 곁을 지켰거늘
지금 나는 당신을 떠나
너무 멀리 와 있습니다

주님, 이 죄인을 용서하시고
이 시간 내 마음의

빈 자리에 좌정하옵소서 


드릴 것은 단 한 가지,
가난한 마음뿐이오니

주님, 이 거룩하고 고요한 밤에


보혈의 십자가로

나의 죄를 말갛게 씻기시어
정결한 산 제물로

기뻐 받아주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