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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 - 폭염

 

 

폭염

쪽빛으로 곱던 하늘은

오늘따라 내 머리를

납덩이로 짓누른다


후텁지근한 바람은

부르튼 입술로
빌딩의 유리창을

속절없이 훑고 지나간다

 

가로수의 나뭇잎들이
물기를 빼앗긴 채
시름시름 앓고 있다


서울의 거리는

폭염으로 찌들고
실직의 한파에 몸을 떠는
선량한 시민들은


적색신호등 앞에서
죄 없는 양심을 어루만지며
숨 죽이고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