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하는 봄
차창 밖으로 빗방울이
투명하게 내리꽂히고 있었다
기차가 흔들릴 때마다
산들도 덩달아 어깨춤을 추며
희미하게 웃고 있었다
꽃샘바람이 마른 나뭇가지를
세차게 흔들어 대니
산새들의 비명소리가
희뿌연 안개처럼 낮게
흩어지고 있었다
안개 속에서 물총새 한 마리가
젖은 날개죽지를 펴고
음울하게 날고 있었다
사람들은 모두가 말이 없었다
기차가 또 한 번 심하게 흔들리자
누군가의 손에 든 신문 속에서
굵은 헤드라인 하나가 높은 옥타브의
음표처럼 허공으로 튕겨져 나갔다
‘두려움, 마스크...기도’
문득, 무거운 침묵 속에 잠겨있던 사람들의
귓전에 물총새의 외마디 비명소리가
환청처럼 들려왔다
아직 어디에도 봄은 오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