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둘기
간이역 대합실
낡은 벤치에 앉아
오지도 않는 기차를 기다리는 일이
얼마나 외로운 것인가
견고한 부리로 내 발등을 쪼는 너에게
빈 주머니를 털어
부스러기 몇 개 던져주는 일이
얼마나 멋적은 것인가
붉은 머리 띠를 두르고
분노의 주먹을 휘두르며
광장을 점령하고 있는 칼바람의
거친 숨결이 미치지 않는 곳
원심력 밖으로 밀려난
내 생의 한 시각이 멈춰서고
바람도 숨 죽인 채
미동도 하지 않는 적막한 진공 속
가슴에 품은 푸른 빛 한 줌
허허로이 날려보내고
함성으로 달려오는 기차소릴
귀 막아버린 나의 양심이
얼마나 부끄러운 것인가
지상의 가장 낮은 곳에서
의미없는 시 몇 줄 쓰려고
허기진 영혼을 쪼고 있는
내 생각의 부리가
얼마나 피멍이 들고 있는지
영원히 오지 않을 것 같은
기차를 기다리며
너에게 묻고 또 묻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