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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사랑하는 이원복 장로님을 보내며

 

 

사랑하는 이원복 장로님을 보내며

 

장로님, 나 자신 숱한 절망의 벼랑 끝에서 철썩이는 푸른 바다를 보았기에 호스피스 병실에 누워 있는 당신을 보면서도 희망의 끈을 놓치 않았어요. “장로님, 일어나 봐. 힘들겠지만 다시 한 번 씩씩한 모습으로 우리 앞에 서 봐” 나는 생각날 때마다 당신을 위해 기도했고, 쾌유를 기대했지만 그런 바람은 물거품처럼 사라지고 지금 가슴 속엔 벅찬 슬픔만 밀려옵니다.

 

장로님! 당신은 교우이기 전에 먼저 인간적으로 참 좋은 벗이었습니다. 심성이 착하고 봄날 같이 따스하여 마치 남녘땅 매화나무처럼 늘 꽃향기가 가득했고 많은 사람들이 매화꽃 같이 소박하고 청정한 당신을 좋아했지요.

 

나는 당신이 어린 시절 뛰놀던 대룡산 자락, 그 속에 감춰져 있는 비밀의 폭포 얘기를 들을 때마다 당신이 마치 어느 별나라에서 온 어린왕자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언젠가는 당신과 함께 그곳에 가서 천천히 움직이는 밤하늘의 별을 보며 밤새도록 우리들의 꿈많던 유년시절 얘기를 나누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 설레임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당신은 꽃잎 하나 지듯 그렇게 홀연히 우리 곁을 떠나갔습니다.

 

 

장로님, 금호아파트 뒷길, 그 경사진 언덕배기에서 주차관리도 내팽겨치고 뻘뻘 땀을 흘리며 내 낡은 휠체어를 밀어주던 그 속 깊은 정을 영원히 잊지 않을 겁니다. 이제 내가 당신의 휠체어를 밀어줄 차례인데 보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당신이 그렇게나 빨리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나는 영영 갚을 수 없는 사랑의 빚만 지게 됐습니다,

 

 

이원복 장로님, 고맙고 감사합니다. 비록 당신은 떠났어도 바람이 불면 바람결에 안개가 끼면 안개속에서 당신의 밝은 웃음소리를 가슴으로 들을 겁니다.

 

이제 권사님과 남은 자녀들, 그리고 우리 모두 아쉽고도 아쉬운 마음으로 당신을 보내오니 장로님, 부디 하늘나라에서 편히 쉬십시오. 다시 만날 때까지 주님이 예비하신 처소에서 마음껏 평안을 누리십시오. 샬롬!

 

2017년 8월 6일(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