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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김경중 장로의 믿음의 오솔길에서(11) - 믿음과 행함

 

믿음과 행함

 

며칠 전 어느 기독교방송에서 PD로 근무하는 제자로부터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무더위에 어떻게 지내시냐?” “건강은 괜찮으시냐?” 라는 의례적인 인사로 시작하여 자신의 근황에 이르기까지 제법 긴 통화가 이루어졌습니다.

 

내용인 즉 오랫동안 다니던 방송국을 그만 두고 새로운 경험을 쌓기 위해 외주제작 프로덕션으로 자리를 옮겼으나 적응이 안 돼 너무 힘들다는 것이었습니다. 외주제작업체들이 저예산과 극심한 경쟁으로 고통받고 있음을 익히 알고 있기에 갑과 을이 뒤바뀐 제자가 그 가시밭길을 잘 헤쳐나갈 수 있을지 나 또한 사뭇 걱정이 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처음부터 작심하고 을의 위치에서 잔뼈가 굵은 사람들은 세상풍파 다 겪으면서 자신만의 노하우를 터득하여 이 분야에서 성공할 확률이 높지만 갑에서 을로 위치가 바뀐 사람들은 자칫 옛날 생각만 하다가 자기관리에 실패하여 부적응자로 낙인 찍힐 위험이 큽니다.

 

을의 입장에 처한 사람들은 일 자체가 힘들어서라기보다 대인관계에서 오는 정서적 스트레스로 인해 쉽게 이직을 할 뿐 아니라 사회통념 상 을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고착화 됨으로써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이나 서비스업종을 기피하는 등 청년실업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합니다.

 

산업사회에서 정보화 사회로, 더 나아가 신산업혁명 시대로 접어드는 대변혁의 전환기에서 어느 한 쪽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권력 행사와 사익 추구 행위는 더 이상 용납될 수 없는 공공의 적이 돼버렸습니다.

 

제4차산업혁명은 크게 보면 기존의 굴뚝산업과 정보통신기술(ICT)과의 융합(Convergence)이요 다양한 리더십과 지적능력을 갖춘 이해당사자 간의 협업(Collaboration)에 의해 이루어 지는 것이기에 더욱 그렇습니다.

 

 

가뜩이나 폭염으로 불쾌지수가 치솟는 요즘 연일 뉴스를 장식하고 있는 어느 현역 육군 대장과 부인의 갑질 행위가 선량한 시민들의 눈쌀을 찌푸리게 하고 있습니다.

 

공관병들을 하인처럼 부리고 그것도 모자라 자신의 부인을 스스로 여단장(준장) 급으로 격상(?)시켜 온갖 특혜를 누려온 시대착오적인 발상은 그간 군인으로서 쌓아온 자부심과 명예를 한순간에 추락시키고 말았습니다. 

 

더구나 독실한 크리스천임을 자처해 온 그들이 믿음 따로 행동 따로 보여준 신행불일치의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어서 이번 사건을 통해 나의 신앙생활을 점검해 보는 소중한 성찰의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예수님께서 유월절 전에 저녁 잡수시다가 일어 나셔서 제자들의 발을 씻어 주셨던 그 섬김과 헌신의 모습이야말로 우리 크리스천들이 본받아야 마땅할 가르침일진대 이것을 믿고 그대로 행하는 일은 왜 이리도 어려운 것인지 모르겠습니다.

 

믿음과 행함이 엇박자를 내고. 신앙과 신앙생활이 겉도는 우리의 위선을 야고보 사도는 '죽은 믿음'이라 설파했듯이 겨자씨만한 믿음이라도 제대로 실천하여 세상 사람들에게 손가락질 받지 않는 크리스천이 될 수 있길 먼저 기도해야 할 것 같습니다.

 

"내 형제들아 만일 사람이 믿음이 있노라 하고 행함이 없으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그 믿음이 능히 자기를 구원하겠느냐 만일 형제나 자매가 헐벗고 일용할 양식이 없는데 너희 중에 누구든지 그에게 이르되 평안히 가라, 더웁게 하라, 배부르게 하라 하며 그 몸에 쓸 것을 주지 아니하면 무슨 이익이 있으리요 이와 같이 행함이 없는 믿음은 그 자체가 죽은 것이라"

[야고보서 2:14-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