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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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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읽었던 책들 중에서 지금까지도 잊혀지지 않고 머리 속을 맴돌고 있는 책이 '노스트라다무스의 대예언'입니다. 이 책은 줄곧 지구의 종말을 예언하고 있는데 거의 99%에 가까운 적중률을 보이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한 때 큰 충격과 두려움에 빠졌던 기억이 새롭습니다. 하지만 그 책에서 말하는 지구 최후의 해인 1999년이 비교적 별 일 없이 지나가 버린 탓에 성인이 되어서도 잔뜩 부풀어 있던 나의 호기심은 금세 바람 빠진 풍선처럼 슬그머니 쭈그러들고 말았습니다.

오늘 아침 인터넷에서 수업에 필요한 자료들을 검색하다가 우연히 지구 종말에 관련된 글들의 목록과 마주치게 되었습니다. 그 동안 무관심했던 탓인지 인터넷 화면에 떠 오르는 수많은 관련자료들을 보는 순간 우선 그 양의 방대함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최근까지도  관련 서적들이 지속적으로 발간되어 왔고, 대부분은 베스트 셀러의 반열 들어있음을 볼 때 사람들의 관심사는 예나 지금이나 여전히 지구 종말에 머무르고 있음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었습니다.

물론 성서의 요한계시록에도 인류 최대의 궁금사인 종말론에 관한 말씀이 분명히 기록되어 있지만 그 동안 나는 이 말씀을 성경적 계시로만 생각하고 마음판에 크게 새겨두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내가 잠깐 살펴본 글들은 나의 이러한 무개념을 비웃는듯 조목조목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대며 그것이 머지 않아 반드시 일어날 일임을 강하게 깨우쳐 주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현재 전 세계적으로 번역되어 폭발적인 판매부수를 자랑하고 있는 어떤 베스트 셀러 책에서는 2012년을 지구 최후의 해로 못 박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런 류의 책들이 주장하고 있는 공통적인 지구 종말의 원인을 몇 가지 소개해 보겠습니다.

첫째,  핵전쟁
둘째, 세균전 또는 생물무기를 이용한 테러
셋째, 화학전 또는 화학무기를 이용한 테러
셋째, 지구온난화 현상
넷째, 소행성 또는 혜성의 충돌
다섯째, 화산폭발
여섯째, 빙하기의 도래
일곱째, 다른 거대한 천체의 폭발
여덟째, 치명적인 질병의 발생

그 밖에도 많은 원인들이 열거돼 있지만, 이것만 봐도 머리칼이 오싹오싹할 정도이니 지구의 종말은 진실로 우리들의 코 앞에 다가온 실체적 현상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습니다. 어떤 유명한 컬럼니스트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각 나라에서 앞을 다투어 우주선을 발사하는 가장 큰 이유를 지구의 종말 때문이라고 밝히고 있는 걸 보더라도 이런 류의 책들이 주장하고 있는 내용을 전혀 근거없는 거짓말이라고 간단히 치부해 버릴 수 없지 않겠습니까?

네델란드 철학자 스피노자는 "내일 세상이 멸망한다 하더라도 나는 오늘 사과나무 한 그루를 심겠다"는 매우 감동적인 말을 남겼습니다. 하지만 이 말을 기대하고 오늘 수업시간에 던졌던 '만약 2012년에 정말로 지구가 끝장 난다면 그 동안 너희들은 무엇을 하고 지낼 것인가?'라는 나의 질문에 우리 젊은 학생들은 한결 같은 목소리로,
"실컷 먹고, 마시고, 즐기다 가지요."라고 대답하는 게 아니겠습니까? 이 순간 나의 뇌리엔 뜻하지 않게 성경 한 구절이 번뜩 스쳐 지나갔습니다.

"노아가 방주에 들어가는 날까지 사람들은 먹고 마시고 장가들고 시집 가더니 홍수가 나서 저희를 다 멸하였으며
또 롯의 때와 같으리니 사람들이 먹고 마시고 사고 팔고 심고 집을 짓더니
롯이 소돔에서 나가던 날에 하늘로서 불과 유황이 비오듯 하여 저희를 멸하였느니라"(누가복음 17:27-29 말씀)

하나님 말씀은 결코 일점일획도 틀림이 없을진대 크리스천임을 자부하고 있는나의 생각도 우리 학생들의 생각과 별반 다름이 없는 걸 보면  믿음 적은 나의 신앙생활의 앞길도 참으로 멀고 험난하게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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