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책
해마다 연말이 되면
오랫동안 소식이 끊겨
기억 속에서 희미해진
사람들의 이름이
수첩에서 하나 둘씩 지워진다
요즘은 '쇼'라는 영상통화전화도 생겨
마음만 먹으면 절대
얼굴을 잊어버릴 염려 없건만
바쁘다는 핑계로
내가 먼저 전화하지 못하고,
내가 먼저 찾아 가지 못하고,
내가 먼저 살피지 못하고,
결국은 아름다웠던 인연도
시들어버리게 만드는
참으로 어리석은 교만...
그들의 이름이 내 수첩에서
지워지는 순간,
내 이름도 그들의 수첩에서
빨간 줄이 그어진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손가락 하나 움직이지 못한
참으로 한심한 게으름...
오늘 아침
또 잊혀진 이름 몇 개
수첩에서 지우다가
나는 문득
두려움에 사로잡힌다
기도하지 못하고,
말씀 읽지 못하고,
찬양하지 못하고,
세상살이에 한 눈을 팔며
하나님과 소통이 끊겼던 순간,
그 분의 생명책 속에
반듯하게 기록돼 있던
내 이름 석 자,
도무지 모르는 이름이 되어
빨간 줄로 지워지지 않을까 하는
확률 100%의
그런 두려움에 사로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