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동 한 그릇
해마다 새해 첫날이면,
혹은 마음이 울적하고
서늘한 날이면
우동국물처럼 따스한
책 한 권 펴든다
읽다보면 눈가에
하나 둘씩
이슬처럼 괴는
눈물방울들
10년이 지나도 읽을 때마다
쉬임 없이 흐르는 눈물로
차마 마지막 장을 넘기지 못하고
그냥 덮어야 했던
어느 가족의 사랑 이야기
오늘 같이 차가운 날
세상이 동화 속의 북해정처럼
가난한 이들의
따스한 둥지가 될 수만 있다면.....
오늘 같이 캄캄한 밤
우리 모두의 가슴에도
사랑의 불씨 하나
묵묵히 틔울 수만 있다면.....
세상은
살만하고
견딜만하고
보듬을만한
빈 들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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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동 한 그릇: 일본 작가
구리 료헤이의 단편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