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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6) - 길

 

 

이 땅의 모든 길에는

핏방울이 뿌려져 있다

 

막힌 산허리를 뚫고

묶인 쇠사슬을 끊고

절망의 담벽을 부숴 길을 낸 사람들

 

순교자의

노동자의

혁명가의

어린 양의 핏값이 아니었다면

아직도 길은 거기에 없었으리라

 

이제 돌아가기엔 너무 먼

해 저문 인생길에서

다시 길을 묻는다

 

 

나의 마음에서

너의 마음으로 내려가는

누르고 검은 황톳길

 

빈 들의 단풍나무처럼

스스로를 버려 붉은 융단이 되는

꽃보다 아름다운 황혼길

 

길 위에서

또 하나의 길을 찾는

속절없는 가을의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