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 뿌리는 사람 '씨 뿌리는 사람'을
빈센트 반 고흐의 그림
가만히 들여다 보라
정신병으로 자신의 오른쪽 귀를 자르고,
밀밭 속에서 총으로 머리를 쏴
목숨을 끊은 사람의 그림이
어찌 저리도
기쁨에 겨울 수 있단 말인가
떠오르는 태양과
대지 위에 움트는 생명들,
성큼성큼 발걸음을 내딛으며
씨를 뿌리는 사람의 모습이
절망의 눈 속에 비친
어두운 봄날 풍경답지 않게
어찌 저리도
밝음으로 가득 차 있단 말인가
이유는 단 하나,
그는 참을 수 없는
고통과 번민 속에서도
늘,
참 사랑에
목 말라 울었고
평생,
진리를 파종하는
거룩한 사명자의 삶을
원했던 까닭이다
우리의 현실이
칠흑 같은 어둠 속에
애워싸여 있을지라도
영혼의 눈 만큼은
크고 밝게 열려,
대지를 가득 물들인
저 찬란한 하늘빛,
바라보아야 하지 않겠는가
병들고 지친 몸
추스리고 일어나
생명의 기운 가득한
대지의 가슴 즈려 밟고
이끼 낀 고랑,
깊이깊이 파헤쳐서
부지런히 사랑의 씨앗
심어야 하지 않겠는가
가시덩쿨과 엉겅퀴로 뒤덮힌
척박한 땅일지라도
믿음으로
촘촘히 씨를
뿌린다면
하늘은 언젠가
흩어진 구름을 모아
단비를 부어주시어,
메마른 황무지를
비옥한 땅으로 온전히
바꿔 주시지 않겠는가
조금씩,
아주 조금씩,
저 깊은 고랑 속의
작은 씨앗이 자라나
싹 트고,
꽃 피고,
마침내 생명나무 가지 끝에
튼실한 열매 하나로
맺히는 그 날,
바람은 다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며
대지의 기름진 속살을
살갑게 부벼대며
간지르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