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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4) - 잡초

 

잡초

바람 잦은 날
얼어붙었던 땅속을 뚫고
쏙쏙 고개를 내미는

저 푸릇한 것들을 보라

 

겨우내내 죽어있던 몸

다시 일으켜 세워

무덤 속을 둟고 나오게 하는 강인함

 

뽑히고 뽑혀서 흔적도 없었던 몸

다시 꼿꼿이 세워

날마다 키를 더하게 하는 무성함

 

여우도 굴이 있고
공중의 새도 거처가 있건만

 

머리 둘 곳 없었던 히늘의 아들도
거친 광야에서 한 계절 
푸릇하게 살다가지 않았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