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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Well Dieing

 

얼마 전 가까운 지인 한 분이 세상을 뜨셨다. 원인 모를 병으로 서너 달 고생하시다가 갑자기 병세가 악화 되어 돌아가신 것이다.

평생 잔병치레 한 번 안 하시고 에베레스트를 몇 번이나 등정하실 정도로 건강을 자신하던 그분이 졸지에 병명도 모른 채 돌아 가시다니 도무지 믿기지가 않았다.

100세 시대를 코 앞에 둔 오늘날 원인 모를 병이라니. . .최첨단 의료기기로 검사해도 나오지 않는 병명이 있단 말인가? 

발단은 감기였다. 하지만 약을 먹어도 차도가 없었고 점점 기침이 심해지자 큰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았다. 종합검사를 받아도 몸에는 이상이 없다는 판정만 나왔다. 그래도 기침은 멈추지 않았고 얼굴엔 병색이 완연한 채 온 몸은 날이 갈수록 무너져 내렸다. 내노라 하는 굴지의 대학병원에서도 근본적인 원인을 못 찾고 약만 처방해 주었다. 병세가 급격히 악화되고자 지인은 중환자실로 실려 갔고 혼수상태에 빠지고 나서야 내려진 진단이 패혈증이었다.

제대로 손 한 번 못 써 보고 입원한 지 며칠만에 싸늘한 시신으로 변해 버린 것이다. 호미로 막을 것을 포크레인으로도 못 막는 꼴이 되어버린 것이다. 아무리 '人命在天'이라고 하지만 생각하면 할수록 기가 찰 노릇이었.

발인을 끝내고 돌아서는 길에도 인간의 목숨이 질긴 것 같아도 파리목숨처럼 허망하기 그지 없다는 생각이 뇌리를 떠나지 않았다. 죽음에 대한 준비도 전혀 없이 저렇게 세상을 뜰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두렵기까지 했다.

일본의 저명한 신학자 '우찌무라 간조'가 평생 신조로 삼았던 '一日一生'의 참 의미가 문득 뼈속까지 느껴졌다. 오늘 내게 주어진 하루를 이 세상의 마지막 날처럼 최선을 다해 살라는 뜻이리라. 한 치 앞을 내다 볼 수 없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깨닫게 해 주는 명언 중의 명언이다.

죽음학에 대한 강좌도 많고, 'well dieing'의 열풍도 거세지만 결국 잘 죽는방법은 후회없이 잘 살다 가는 길 뿐이다. 따라서 하루하루 매시간 매시간을 하나님과 동행하며 올바로 사는 것이 최선의 삶이라 할 수 있다.

아직도 떨쳐버리지 못한 생의 유혹이나 미련이 있다면 지금 당장 벗어 버리자. 탐욕을 버릴수록 내 영혼은 더 빛으로 가득 찰 것이다. 내일 비록 세상을 뜬다해도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럽 없기를 기도하는 마음으로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열심을 다해 살면 어떤 일을 당해도 그렇게 허망하진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