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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13) - 며느리밥풀꽃에 대하여

며느리밥풀꽃에 대하여

                                        김경중

우리가 지나온 시절의

쓸쓸한 만남처럼

바람이 지나가며

자잘한 은종을 울리는 배고픔

 

바람은 바람의 정체를

모르듯, 우리는 무심히 피어있는

며느리밥풀꽃의 숨겨진 비밀을 모른다
 
 

하얗게 비어있는 오후의

하얗게 비어있는 시간들

사람들은 지나간 것들의

슬픈 기억을 애써 지운다

 

누가 바람의 끝에서

홀로 울고 있는가

누가 며느리밥풀꽃의

허기진 눈물을 보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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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독한 가난과 시어머니의 구박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며느리는

죽어서도 하얀 밥알을 입에 문 꽃 한 송이로 다시 피어났다.

뼈아픈 과거를 너무나도 쉽게 잊어버리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며느리밥풀꽃의 슬픈 전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