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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21) - 북한강을 지나며

 

 

북한강을 지나며

 

눈 깜짝할 사이

가을이 왔어요

사람들은 가을 햇살의

환한 통로를 지나가고 있어요

 

눈 깜짝할 사이

가을이 가고 있어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강으로 난 갈대숲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어요

 

유리창 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고 있어요


기을빗속에 젖고 있는
가을나무 한 그루처럼,
가을빗속에 젖고 있는

가을 산의 시린 어깨처럼


가을빗속에 젖고 있는

물총새의 흰 날개처럼

내 사랑도 오오랜 그리움에

젖고 있어요

 

차창 밖에서

미친 바람이 빈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요

머리 푼 강 안개가

흐리게 죽어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