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강을 지나며
눈 깜짝할 사이
가을이 왔어요
사람들은 가을 햇살의
환한 통로를 지나가고 있어요
눈 깜짝할 사이
가을이 가고 있어요
사람들은 옷깃을 여미고
강으로 난 갈대숲을 헤치며
걸어가고 있어요
유리창 밖으로
가을비가 내리고 있어요
기을빗속에 젖고 있는
가을나무 한 그루처럼,
가을빗속에 젖고 있는
가을 산의 시린 어깨처럼
가을빗속에 젖고 있는
물총새의 흰 날개처럼
내 사랑도 오오랜 그리움에
젖고 있어요
차창 밖에서
미친 바람이 빈 손을 흔들며
웃고 있었요
머리 푼 강 안개가
흐리게 죽어가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