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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45) - 가을 밤비

 

가을 밤비

사라진 귀뚜라미 울음처럼
자륵자륵

가을 밤비가 내리고 있네요 


썩은 나무등걸에 앉아 있는
날다람쥐처럼

살금살금

가을 밤비가 내리고 있네요

 

유년의 기억 속

유리구슬이 담겨 있는

신발주머니를 적시며

자금자금

가을 밤비가 내리고 있네요

 

누가 보았을까
별들이 감추어진 하늘 끝의
푸른 새벽

누가 보았을까
흘러가는 구름속
초승달의

하얀 눈썹


자륵자륵
살금살금

자금자금

 

가을 밤비가

꿈결처럼

내리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