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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200선(104) - 첫눈

 

첫눈

 

너를 잊으려고

하얗게 잊어버리려고

밤새 내 마음을 밝히던

기억의 램프등 하나 꺼버렸다 

이젠 그리움 따윈

흐르는 세월에 띄워보내고

새날 새 숨의 설레임으로

앞만 보며 달려가야지

북받쳐 오르는 슬픔이랑

티끌처럼 흩날려버리고

아무렇지도 않은 듯

다시 누군가를 사랑하며 살리라

아, 그러나 첫눈 내리는 날

내 마음 한켠이

켜켜이 쌓인 그리움에 겨워

풀썩 주저앉을 줄이야

뒤를 돌아보다가 소금기둥이 된

롯의 아내처럼

평생 망부석이 되어 삭풍한설을

견뎌야 할지라도

첫눈

첫 사랑

첫 키스의 추억이

송이송이

쏟아쳐내리는 지금

나는 그저 흰 눈을 머리에 이고

저 황량한 겨울들판

지워진 발자국들을

우두커니 쳐다보는

영혼 없는 눈사람이 되어도 좋으리

일 년에 딱 하루

첫눈 내리는 날

하얗게 밤이 맞도록

그대 생각에 펑펑

소리쳐 울어도 좋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