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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49) - 바닷가에서

 


 

바닷가에서

 

1.
푸른 비늘을 털며
아침해가 바다에서 떠오르면
어른들은 튼튼한 팔목을 걷고
바다로 나갑니다

아이들은
바닷가에 모여
한낮을 보냅니다

은사시나뭇잎이 흔들리듯
바다는 온통 햇살로 번뜩이고,
아이들은 온종일
바닷가에 모여 놉니다

해진 그물을 꿰매며
한 올 한 올 구멍을 빠져나가는
바람들을 데리고 놉니다

2.
바람이 녹슨 양철지붕을
지나가며 목쉰 소리로
윙윙 울어도
아이들은 잠을 잡니다
물속 같이 푸르고 깊은 잠을...

파도가 거세어질수록
아이들의 잠도 깊어집니다
햇솜처럼 포근하게 잠이 듭니다



3.
어른들은 푸른 새벽에 바다로 떠나서
 다시 푸른 새벽에 돌아옵니다
뱃전 가득

싱싱한 고기를 싣고

밧줄처럼 튼튼한 근육의
어른들은 고기를 내립니다

 

함성으로 펄럭이는 바다는

푸른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