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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56) - 병실에서

 

 

 

병실에서

 

아침에 눈을 뜨면

창가에 어울지던

햇살 몇 올이 그립다

 

보드러운 빵 한 조각,

향기로운 한 잔의 커피로

목을 축이던

조촐한 소찬(素餐)이 그립다

 

텅 빈 가슴속에

신선한 바람 한 모금

가득 채워넣고

 

범사에 감사하며

기도하던 순명(順命)의

시간이 그립다

 

어스름히 해그림자 지면

누군가의 안부가 궁금해져

문자하고 전화하던

사소한 정이 그립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고통은

그리움이라 했던가

 

찬비 내리는 밤,

휑한 마음마저

낮은 온도로 떨어지니

 

오늘따라

그 따스한 것들이,

그 평범한 사랑들이

 몹시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