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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3) - 빈방 있습니까?


 

 

 

빈방 있습니까?

 

진작 알았더라면, 알았더라면
양치기도 알고 동방박사도 알았는데
왜 나만 몰랐을까, 왜 나만 몰랐을까
그 분이 메시아인줄
그녀가 아기 예수를 잉태한 마리아인줄

 

"빈방 있습니까?", 그들이 물어올 때
나는 눈이 멀어 알아보지 못하고
나는 귀가 어두워 하늘의 소릴 듣지 못하고
그 분을 마구간으로 내쫓았구나
메시아를 더러운 말구유에 눕혔구나

크고 푸른 별 하나 찾아와
오래 동안 지붕 위에 머물렀건만
나는 왜 영의 눈을 닫아버리고

하늘의 계시를 바로 보지 못했을까

 

황금과 유향과 몰약은 없어도
방 하나쯤 너끈히 비어드릴 수 있었는데
낮고 천한 곳으로 내려오신 성자 하나님께

찬바람 맞지 않을 허름한 방이라도
비어드릴 수 있었는데.....

 

사랑의 주님이시여,
저를 용서하옵소서
이 죄인에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옵소서

 

당신이 또 다시

"빈방 있습니까?" 물으신다면
맨발로 황급히 달려나와
가장 귀한 자리로 모시겠나이다

빛으로 오신 거룩한 당신을
내 심령의 가장 깨끗한 곳으로
속히 모셔들이겠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