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한다면 연리지처럼
나무들도 외로운가보다
산속에 사랑에 미친 나무들이
저렇게 많은 걸 보니
가을산을 뜨겁게 달구는
연리지를 보며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
외로움도 병이라는 걸
사랑없인 못 고친다는 걸
그 거친 살가죽을 파고들려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얼마나 더 갈갈이 찢겨져야 하나
사람만이 하는 줄 알았던
그 뜨거운 사랑을
나무들도 한다
늙은 나무일수록
깊은 산속에 숨어사는
외로운 나무일수록
사랑은 더욱 절절하다
노을지는 숲속에서
한 잎 두 잎 잎새를 떨구는
가을나무들
모든 것 다 줘버리고
모든 것 다 비워버리고
사랑 하나로만 살아가는
저 헐벗은 나무들
누군가가 애타게 보고싶어
두 눈에 눈물이 괼 때
연리지처럼만 연리지처럼만
아픈 가슴 부벼안고
사랑할 수 있다면
나의 겨울나무여,
그 매운 북풍한설(北風寒雪)도
족히 견딜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