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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92) - 빙어축제

 

 

 

 

빙어축제

 

겨울도 속절없이 깊어
대한 추위가 기승을 부리면

소양호 십리 길은
바다로 돌아가지 못한

빙어떼들로몸살을 앓고,

 

사람들은 살을 에는

추위도 잊은 채 그것들을

잡아올리느라 신바람이 난다


짜릿한 손맛으로 낚아올린 놈들은

초고추장을 듬뿍 찍어

산 채로 입에 넣고

아득아득 씹어야
제 맛이 나는데

 

워낙 작고 여린 것들이라
한 대접을 후딱 먹어치워도
배 부른 적이 없다

해마다 겨울철이면
참혹한 추위 속에서
숱한 빙어들이
정갈한 산제물로 죽어가고

빙어축제가 열리는 내내,
낚시꾼들은  깨끗하고
떳떳하게 살아오지 못한
자신의 삶이 부끄러운지

쓴 소주 몇 잔에
쌉쌀하고 비릿한 슬픔들
울컥울컥 잘도 삼켜버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