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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시100선

김경중 시인의 아름다운 시 100선(31) - 사랑한다면 연리지처럼

 

사랑한다면 연리지처럼

 

나무들도 외로운가보다

산속에 사랑에 미친 나무들이

저렇게 많은 걸 보니

 

가을산을 뜨겁게 달구는

연리지를 보며

문득 깨달음을 얻는다

외로움도 병이라는 걸

사랑없인 못 고친다는 걸

 

그 거친 살가죽을 파고들려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고

얼마나 더 갈갈이 찢겨져야 하나

 

사람만이 하는 줄 알았던

그 뜨거운 사랑을

나무들도 한다

 

늙은 나무일수록

깊은 산속에 숨어사는

외로운 나무일수록

사랑은 더욱 절절하다

 

노을지는 숲속에서

한 잎 두 잎 잎새를 떨구는

가을나무들

 

모든 것 다 줘버리고

모든 것 다 비워버리고

사랑 하나로만 살아가는 

저 헐벗은 나무들

 

누군가가 애타게 보고싶어

두 눈에 눈물이 괼 때

연리지처럼만 연리지처럼만

아픈 가슴 부벼안고

사랑할 수 있다면

 

나의 겨울나무여,

그 매운 북풍한설(北風寒雪)

족히 견딜 수 있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