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장에는 더 이상 새들이 살지 않는다
철새들은 가을이면 돌아가 버립니다
한여름 놀던 저수지 근방엔
개부들 몇 개만 남고
가을은 하릴없이 가랑잎을 버립니다
텅 빈 숲속에 한 줄기 햇빛이 비치면
웅덩이 속의 물이 서서히 마릅니다
숲속의 비어있는 무게만큼
바람이 스산히 불어 옵니다
비가 그치고 물이 고인 웅덩이에
은사시나뭇잎 하나가 반짝입니다
죽은 새들의 발톱이 조금씩 부서지며
한 줌의 먼지로 다시 살아 납니다
숲속엔 두 얼굴의 가을이 보입니다
철새가 날아간 하늘처럼 비어있거나
빈 숲속의 바람처럼 가득합니다
맑은 물방울 속의 햇살처럼 투명하거나
흐린 하늘의 별빛처럼 그늘집니다
가을은 우리에게 그 무엇으로 다가오거나
아무 것도 아닌 채로 떠나갑니다
모두가 떠난 빈숲에는
가을 이야기만 쓸쓸히 남아 있고
새장에는 더 이상 새들이 살지 않습니다